[신년축시] 씨알을 떨구게 하소서/박종구 목사
새 해에는
긍휼을 입게 하소서
심지도 않고 거두려 했던
그래서 더 매말랐던 우리들
그래서 더 암울했던 일상들
새 해에는
한 알의 씨알을 떨구게 하소서
미움일랑 지심 깊숙히 심어
어둠을 뚫고 일어서는
젖은 눈빛을 만나게 하소서
그 곁에서
값없이 주심의 그 넉넉함에
어슴어슴 젖어들게 하시고
가시덤불 엉겅퀴 사이로
마냥 거두어 주시는 손길에
비로소 다다르게 하소서
그 마디마디 익어가는 숨결에
귀 기우리게 하소서
마침내 열매를 내시는
그 비밀스러움을
비로소 우러르게 하소서
새 해에는
빈 광주리이게 하소서
퍼내어도 퍼내어도
아 그 다함이 없는 광야의 광주리를
아 그 신비 가득한 나눔의 그릇을
부디 옥토이게 하소서
일그러진 모습 우리들
한 아름 씨앗일랑 흩뿌리는 오늘은
햇살 한 자락 드리워
연한 씨눈을 틔우게 하소서
박종구 목사(월간 목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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