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링컨 대통령이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했던 링컨 성경. 현재 미국 의회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선서때 사용된 성경이다[위키피디아]
2월 16일 ‘미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은 단순히 위대한 정치 지도자들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다. 이 날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어떤 신앙의 토대 위에 세워졌고, 또 어떤 방향으로 흔들려 왔는지를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지 워싱턴: 두차례 임기 후 스스로 물러나. . 권력 앞에서 절제와 겸손이 무엇인지 보여줘
아브라함 링컨: 남북전쟁이라는 국가적 비극을 하나님의 심판과 훈계로 해석
로날드 레이건: 공산주의를 무신론적 전체주의로 규정 . . . 생명 존중과 종교 자유 강조

사진설명: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생가이자 농원 저택 ‘마운트 버논’. 워싱턴 DC에서 25km 떨어진 포토맥 강변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위키피디아]
미국 역사에서 가장 신앙적 지도자로 꼽히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그는 성공회 신자였으며, 공적 연설과 서신에서 반복적으로 “하나님의 섭리(Providence)”를 언급했다. 워싱턴은 권력을 움켜쥘 수 있었음에도 두 차례 임기 후 스스로 물러났고, 이는 권력 앞에서의 절제와 겸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아 있다. 그는 국가의 성공을 인간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이해했다.
아브라함 링컨 역시 신앙적 대통령으로 자주 언급된다. 정규 교회 회원은 아니었지만 성경에 깊이 천착했던 그는 남북전쟁이라는 국가적 비극을 하나님의 심판과 훈계로 해석했다. 제2차 취임사에서 링컨은 “양쪽 모두 성경을 읽고 같은 하나님께 기도하지만, 하나님의 뜻은 인간의 계산을 초월한다”고 고백했다. 노예제 폐지는 정치적 결단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 존엄에 대한 신앙적 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설명: 레이건 대통령의 서부 별장, 랜초 델 시엘로. 산타 바바라에 있는 이 별장은 레이건 재임당시 서부의 백악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냉전종식을 위해 레이건, 그리고 소련의 고르바초프, 영국의 대처수상이 이 별장에서 회담한 적이 있다[위키피디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현대 미국에서 기독교 가치가 공적 영역으로 다시 등장하는 계기를 만든 인물이다. 그는 미국을 ‘언덕 위의 도시’로 부르며, 공산주의를 무신론적 전체주의로 규정했다. 생명 존중과 종교 자유를 강조한 그의 리더십은 복음주의 기독교가 사회적 발언권을 회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설명: 세계사를 통해 냉전종식의 두 영웅으로 불리는 레이건 대통령(왼쪽)과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차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모습 [위키피디아]
반면, 기독교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평가되는 지도자들도 존재한다. 토머스 제퍼슨은 이신론자로서 성경의 기적과 예수의 신성을 제거한 ‘제퍼슨 성경’을 만들었다. 종교 자유를 강조했지만, 그의 사상은 훗날 신앙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는 세속주의로 확장되는 단초가 되었다.
우드로 윌슨 역시 장로교 장로였으나, 국가를 도덕의 최종 주체로 높이는 진보주의 정치철학을 통해 인간의 죄 성에 대한 성경적 인식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국가가 신의 자리를 대신하려 한 대통령”이란 평가와 함께 기독교 신학을 이상주의로 변형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성경의 기적과 예수의 신성 제거한 제퍼슨 성경 만들어
우드로 윌슨: 국가를 도덕의 최종 주체로 높이는 진보주의 정치철학 지향
대통령의 날은 특정 인물을 미화하거나 정죄하기 위한 날이 아니다. 오히려 이 날은 권력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두려워했던 지도자와, 인간 이성과 국가를 절대화했던 지도자를 함께 돌아보는 날이다. 성경은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고 말한다. 오늘의 미국과 교회는 대통령의 이름이 아니라, 그들이 남긴 신앙의 열매 앞에서 스스로를 성찰해야 할 때다.
‘제퍼슨 성경’이란 무엇이었나?
공식 명칭은 ‘나사렛 예수의 생애와 도덕’(The Life and Morals of Jesus of Nazareth)이었다.
제퍼슨은 신약성경 4복음서에서 예수의 신성, 기적 (동정녀 탄생, 치유, 부활, 오병이어 등), 그리고 부활과 승천 기사를 모두 가위로 잘라내고 예수를 위대한 도덕 교사로만 재구성했다. 결과적으로 ‘기독교 복음’이 제거된 ‘윤리 교본’으로 변형되었다.
(1) 제퍼슨 성경의 신학적 문제점
- 기독론의 파괴: 예수 =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고 단순한 도덕교사로 보았다. (요한복음 1장, 골로새서 1장과 정면 충돌)
- 구속사 삭제: 십자가는 언급되나 속죄 의미는 제거되었다. 그리고 부활이 없으므로 구원의 완성도 없다.
- 인간 이성의 절대화: “이성에 맞지 않으면 성경도 잘라낼 수 있다”는 사상을 갖고 있었다. 계시보다 계몽주의 합리성을 우위에 두었다.
따라서 기독교 신학에서는 이단적 성경 편집으로 평가되었다.

사진설명: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이 편집해서 만든 ‘제퍼슨 성경’.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훗날 신앙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는 세속주의로 확장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2) 제퍼슨 성경은 얼마나 보급되었나?
제퍼슨 생전에는 출판되지 않았다. 다만 개인 묵상용, 혹은 소수 지인에게만 공유되었다. 그러므로 공식 교회에서 사용된 적은 없고 대중적인 유통도 없었다.
다만 제퍼슨 사후 1895년, 미 의회가 의회 도서관 인쇄본을 제작했고 1904~1950년대엔
미 연방 하원의원들에게 기념본으로 배포되었다. ‘종교적 교과서’가 아니라 도덕 참고서 성격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퍼슨 성경은 교회에서 사용된 적이 없으며 정통 기독교 성경으로 인정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했던 이유는 제퍼슨 성경은 대중적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성경을 인간 이성으로 재단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기독교 윤리는 좋지만 복음은 불필요하다’는 사조와 현대 세속주의 사상을 불러왔고 공적 영역에서 신앙을 배제하려는 논리로 이어졌다는 것이 기독교 사학자들의 공통된 평가로 볼 수 있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
성경적 원칙 중심으로 구성한
기독교적 대통령 판별 기준 5가지
1. 권력을 하나님의 위임으로 인식하는가
기독교적 지도자는 권력을 개인의 성취나 특권으로 보지 않는다. 성경은 “위에 있는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난 것”(롬 13:1)이라 말한다. 워싱턴 대통령처럼 권력을 내려놓을 줄 아는 태도, 혹은 링컨처럼 국가적 위기 앞에서 겸손히 하나님의 뜻을 묻는 자세는 신앙적 리더십의 핵심 기준이다. 권력을 절대화하는 순간, 지도자는 하나님보다 자신을 앞세우게 된다.
2. 국가 성공을 하나님의 섭리로 해석하는가
기독교적 대통령은 국력, 군사력, 경제력을 궁극적 근거로 삼지 않는다. 미국 건국 초기 지도자들은 국가의 번영을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로 고백했다. 반대로 국가의 성취를 인간 이성과 제도, 시스템의 산물로만 설명할 때, 국가는 쉽게 우상이 된다. 신앙적 지도자는 성공의 순간에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3. 인간의 죄성과 한계를 인정하는가
성경은 인간을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가 아니라 구원이 필요한 존재로 규정한다. 기독교적 대통령은 제도와 정책이 인간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윌슨식 진보주의처럼 국가가 도덕의 최종 심판자가 될 때, 신앙은 정치 이념으로 대체된다. 죄성을 인정하는 지도자는 법과 권력을 절제하며, 스스로를 경계한다.
4. 생명과 인간 존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하는가
기독교 세계관에서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창조되었다. 노예제 폐지, 인종 차별 반대, 약자 보호는 단순한 인권 이슈가 아니라 신앙의 문제다. 기독교적 대통령은 생명의 가치를 상황이나 다수의 합의로 결정하지 않는다. 정책의 방향은 언제나 “가장 약한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
5. 신앙을 사적 취미가 아닌 공적 책임으로 이해하는가
기독교적 지도자는 신앙을 개인 위안이나 사적 영역에 가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앙을 정치 선동의 도구로도 사용하지 않는다. 워싱턴과 링컨이 보여준 것처럼, 신앙은 공적 책임을 더 무겁게 만드는 기준이다. 성경을 편집하거나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경 앞에 서는 태도가 중요하다.
따라서 기독교적 대통령이란, 신앙을 앞세운 지도자라기 보다 권력보다 하나님을 두려워했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조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