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엔 코비 브라이언트의 추모식이 LA다운타운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렸다. 주최 측이 2월 24일을 추모일로 정한 것은 딸 지아나의 등번호가 2, 코비의 등번호가 24였기 때문이었다.
코비는 농구선수, ‘NBA의 전설’을 넘어 스포츠나 농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지구촌의 VVIP였다. 그는 농구선수 그 이상이었다. 골프 황제도, 유명스타들도, 대통령도 코비 때문에 울었다.
코비는 1996년 신인으로 뛰기 시작하여 2016년 그의 은퇴 경기까지 20년 동안, 다섯 번의 NBA 챔피언십, 두 번의 파이널 MVP, 네번의 올스타 MVP, 두 번의 득점왕, 열여덟 번의 NBA 올스타, 두 번의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아카데미 상까지 수상했다. 어찌 한 인간이 이런 업적을 남길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42년이란 짧은 생애를 살면서. . .
사람들이 그의 화려한 업적, 그것만으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그렇게 서글퍼하진 않았을 것이다. 농구의 전설. . 그것 외에 그는 좋은 멘토, 빅 브라더, 그리고 가정을 사랑하는 다정한 가장, 그리고 믿음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전설이 된 것은 타고난 천재라서가 아니라 그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스포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는 ‘노력형’이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훈련을 했다. 하루 1000개의 골을 넣어야 훈련을 끝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말을 했다. “비결 따로 없다. 그냥 연습만 했을 뿐이다.” “나의 등번호 24는 하루는 24시간이고 그 24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다는 의미”라고도 말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가 한말은 술에 찌들어가는 이 나라 젊은이들에게 준엄한 격문이 되었을 것이다. “술 마시고 노는 시간에 슛 한 번 더 연습하는 것이 낫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별한 취미도 없었다. 농구뿐이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블랙 맘바’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공격적인 독사, 절대 먹이를 놓치지 않는다는 블랙 맘바 . . .
그래서 농구장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맘바였다. 5번 슛을 했는데 들어가지 않았다면 내 슛 성공률이 50%이기 때문에 나머지 5개는 분명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계속 슛팅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당신은 실패할 것”이란 그의 말이 사람들 가슴에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의 노력과 열정 때문이었다.
어느 경기에서 형편없이 패배했을 경우 그날 밤 잠을 자지 않고 이튿날 새벽까지 슛팅 연습을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평생 그의 최고득점 기록은 81점. 5명 한 팀이 전부 쓸어 담을 만한 점수를 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81점까지 올렸다는 것은 기적이 아닌가?
특히 은퇴경기에서 60점을 득점하여 은퇴경기 최다득점, 그리고 37세란 최고령 최다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은퇴경기가 끝난 후 그는 마지막으로 “맘바 아웃!”이란 말을 남기고 NBA를 떠나갔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는 믿음의 사람이었다. 살고 있는 뉴포트비치 근처의 퀸오브에인절스 캐톨릭 교회에 출석하던 크리스천이었다. 헬리콥터 사고가 나던 주일 아침에도 그는 그 교회 채플에서 예배를 드리고 딸 지아나, 다른 일행들과 다우전옥스로 가다가 헬리콥터가 추락해서 너무 이른 나이에 인생을 마감해야 했다.
오렌지 교구의 한 감독에 따르면 코비는 주로 성당 뒷자리에 앉아 미사를 드리곤 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있다. 예수님이 주목을 받고 그분의 임재를 경험해야 하는 예배당에서 혹시 유명한 농구선수라고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게 되는 것을 극히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감독은 코비는 ‘믿음의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LA는 코비 때문에 한없이 행복한 도시였다. 2000년도부터 내리 3년을 코비의 소속팀 레이커스가 NBA우승을 차지했을 때 LA다운타운에서는 으레 빅토리 퍼레이드가 벌어지곤 했다. 코비 곁에는 언제나 샤킬 오닐이 있었다. 둘은 영원한 콤비였다. 둘이 틀어져서 샤킬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긴 했지만 당시 LA시민들에게 이 두 명콤비와 레이커스는 생활의 활력소였다. 이민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삶이 지치고 어려울 때도 그들이 들어올리는 NBA 챔피언 트로피를 나의 영광으로 알고 위로를 받지 않았는가? 그렇게 헤어진 샤킬이었지만 코비의 사망소식을 전해 듣자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애곡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비의 죽음은 더욱 처연하게 느껴졌다.
추모식에서 부인 바네사 브라이언트가 한말이 더욱 가슴을 울린다. “코비, 하늘나라에서 우리 지아나를 잘 보살펴 주세요. 나는 내탈리, 비앙카, 캐프리와 함께 있을게요. 우리는 여전히 최고의 가족이에요.”
우리시대의 영웅이요, NBA전설 코비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굿바이, 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