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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11/03/21
교황의 북한 방문

 

교황은 ‘천주교 대통령’을 떠나 지구촌의 큰 어른이시다. 그분이 한번 로마를 벗어나 어느 나라 행차에 나서면 난리가 난다. 그분의 발걸음을 숭고한 행보로 여긴다.


지금 지구촌엔 존경할 만한 큰 어른이 없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교황 바오로 2세, 넬슨 만델라나 빌리 그래함 목사님, 그리고 캘커타의 성녀 테레사 수녀 등이 있었다. 이분들은 내가 어른입네, 소리치고 다닌게 아니라 겸손한 모습으로 세상을 걱정하고 온유한 마음으로 이웃을 섬겼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안겨준 분들이다.


유럽에는 최근까지 ‘세계의 여인’, 혹은 ‘엄마 리더십’으로 존경받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있었다. 그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나마 유럽을 떠받들고 있던 어른마져 사라지는 셈이다. 시리아, 이라크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려오자 EU의 모든 국가들이 노, 노를 외칠 때 메르켈은 정치적 위기를 감내하며 그들을 품고 가는데 성공했다.


이런 큰 어른 공석 사태 중에 교황의 위치와 발걸음, 그분의 말 한마디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진 셈이다.


그래서인가? 지난 주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참석차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평양방문을 요청했다고 한다. 벌써 두 번째다. 2018년에도 문 대통령은 교황을 면담했을 때 똑같은 요청을 했다.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황은 두 번 모두 같은 대답,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기꺼이 가겠다”였다.


그러나 북한은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고 문 대통령의 방북 요청은 그냥 허공에 뜨고 말았다.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쳐에 불과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교황이 공산권 국가를 방문했을 때 파급효과가 대단했던 역사가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살아계실 때 폴란드 방문이었다. 폴란드 출신이었던 그의 모국방문은 동유럽 공산권 붕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고 있다.


도시를 순회하며 수백만 명이 모인 미사에서 ‘신념을 잃지 말라, 패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 다음해 폴란드에 최초의 독자적 자유노동조합 솔리대리티(Solidarity)가 결성되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떠오른 영웅이 바로 레흐 바웬사. 이 솔리대리티가 동구권 공산주의 붕괴의 신호탄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98년 쿠바도 방문했다. 그는 “쿠바는 세계를 향해, 세계는 쿠바를 향해 빗장을 풀기를 기원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반세기동안 잠겨있던 빗장을 푸는 계기가 되었고 그 후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쿠바를 방문하면서 미국과 쿠바가 적대관계를 푸는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만약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말 북한을 방문한다면 폴란드나 쿠바의 경우처럼 그 파급효과가 대단할 수 있을까? 요한 바오로 2세가 쿠바를 향해 말했던 것처럼 “북한은 세계를 향해, 세계는 북한을 향해 빗장을 풀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교황이 평양 공항에 도착하여 땅에 엎드려 키스한 후 그렇게 외쳤다고 가정해 보자.


이 말에 감동을 먹은 김정은이 “그래 그럼 빗장을 풀어보자. 세상도 우리를 향해 빗장을 풀어다오. 그러나 우리의 큰 형님 중국처럼 체제는 절대 건드리지 마라. 근데 먹고 살게는 해 주마!” 라고 고분고분 나온다면 얼마나 환상적인 결과가 될 것인가? 한술 더 떠서 “필요하면 맥도날드 들어와라, 코카콜라도 들어와! 교회? 교회도 검열은 받아야 되겠지만 교회당도 열어주마!”이런 결과라면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러나 그건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금년들어 김정은이는 심심하면 미사일을 하늘에 쏘아 올리고 바다로 쏘아 보낸다. 국제인권단체는 인민들의 식량을 빼앗는 반인도적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는 북한이 미사일 하나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이 대략 8억5천만 달러라고 했다. 이 돈이라면 북한 1억9천만 주민들을 1년 먹여 살리는 데 충분하다고 한다. 이런 천문학적 돈을 살포해 가며 인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게 하는 이유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세계의 자유진영과 맞짱 뜨겠다는 폭력적 야심 때문이다.

북핵은 독재자의 서바이벌 매뉴얼이 된 것이다. 어떻게 손에 쥔 핵무기인데 그걸 포기하고 교황님 말씀에 감동을 받아 3대 세습독재가 찬란하고 잔혹하게 유지해온 폐쇄의 빗장을 풀겠다고? 그런 상상력의 소유자들이나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자칫 독재자의 체면 유지, 혹은 정상국가 수반이란 이미지 변신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뻔히 보이지도 않는가?


그래서 한결같은 교황의 대답은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 . 가겠다”는 반응이다. 지구촌의 큰 어른 자격으로 동토의 땅, 평양에 가서 평화를 호소하고 싶건만 그게 가능하겠냐는 회의주의가 깔려있는 애달픈 대답 아닌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자꾸 교황님에게 김치국이나 마시게 하는 행위가 좀 무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천주교 신자로서 이왕 교황청을 방문했으면 시스티나 성당에 들어가 기막히게 잘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정화나 감상하면서 ‘벽화 성경공부’나 하고 돌아왔으면 이번 대통령의 로마 방문은 더 근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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