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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3/09/22
나의 타인종 목회 경험(9) 사막지역에서 그래도 복음의 꽃을 피우고자
이승은(UMC 은퇴 목사)

 

춘 삼월 예쁜 봄빛이 마스크 벗은 입가마다 밝게 번지고 있다. 막 터지려는 희망의 꽃 봉우리련가.


나는 그 당시 전체 교단 연회의 4가지 주제 중의 하나가 “New Ministry”에 촛점을 둔 “To be the Cup Overflowing” 였기에 새 사역지로 향한 새로운 용기와 기쁨, 기도로 무장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파송 소식이 계속 늦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연회가 거의 끝날 무렵 로스엔젤레스에서 동쪽에 위치한 아주 더운 지역의 작은 타인종 교회 파송소식을 전달받게 되었다.


이글거리는 뜨거운 한 여름날 사막 지역으로의 이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새 지역에서 새로운 복음사역,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열린문 교회”를 마음에 그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교회에 도착했다.


목회협력 위원회와의 면담 속에선 주일 예배시간 외엔 모든 교회 문을 항상 꼭 잠가두어야 하며 주차장을 나갈 땐 안전상 혼자 나가지 말고 꼭 동행인과 함께 나가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교회 사택에 도착하니 뒷 지역엔 쓸쓸한 불모의 사막지대로 파킹장 안은 홈레스들이 쓰다 남겨둔 듯한 여러 그릇, 담요, 낡은 옷가지들이 널려 있었다. 즉시 거주 할수 없는 상황에 이웃동네 아파트를 빌러 출퇴근하게 되었는데 반드시 사막지대를 거쳐야만 했다.


오래전 심한 방사선 치료로 인한 휴우증 때문에 나는 가끔 입과 목에 심한 건조증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겪곤 했는데 운전시 세차게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에 대응하며 외치는 찬양으로 영의 생수를 마실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그런데 그 지역은 250여명 멤버를 가진 7개의 갱과 알코홀, 마약거래 등을 일삼는 폭력범죄로 얼룩진 우범지대라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고 당시 LA Times지에는 FBI를 비롯한 여러기관에서 많은 수의 법 집행관이 그 지역에 검은 호크 헬리콥터와 장갑차로 백업되어 마약거래, 많은 수의 전과자들, 범죄 행위자를 포함한 135명이 체포되었다고 대서 특필로 보도 되었다.


나는 작은 여성 소수민족 목회자로써 왜 이런 곳에? 인간적 움추림이 사로 잡았으나 불평과 실망, 두려움 대신 “주 너를 지키리”라는 찬송과 함께 주의 이름 힘차게 붙들고 나아가기로 했다. 마치 지난 목회지역 하와이 바다의 출렁이는 물결 위 검은구름 비바람이 몰아쳐도 하얗고 아름답게 발산하는 흰 파도를 떠올리며.


나를 표현하자면 ‘심방의 여장부’라고도 할 수 있는데 주위 환경상 교인들과 이웃을 맘 놓고 방문하는 것에 대한 자신이 없어지고 걱정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계속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찬송과 함께 LA 어머님이 보내주신 작은 한국 쿠키 등을 가지고(나의 장기중 하나) 심방을 단행하곤 했다.


예상과 달리 나와 교회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건네준 한국과자에 관심을 표하며 아이들 주겠다고 고마와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어떤 집은 집 앞문에 혹은 창에 쇠창살 보호막을 해 놓았고 바로 얼마 전엔 교회사택 근방에서 두 사람이 살해되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추수감사절 예배와 방문을 마치고 나는 LA지역 어머님 댁에서 며칠간의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전혀 생소한 지역에서 그동안 긴장했던 날들을 다소 풀 수 있었고 가족간의 즐거움과 어머님과 함께 기도에 더욱 힘쓰며 믿음의 재충전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믿는 사람들은 군병 같으니…” 신나는 찬송과 함께 사택에 도착하니 사막을 향한 사택 뒷쪽 벽에 큰구멍으로 뚫려 있었고 부엌문도 잔뜩 부서진 채로 있었다.


집안은 완전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얼마 안되는 작은 귀중품들도 다 사라졌고 아마 다시 침입하려고 했는지 첼로 케이스에는 작은 물품들로 넘치도록 담아 놓았다. 물론 나의 여러 악기는 여기저기 내 팽개친 채.


나는 전 목회지에서 찬양시간에 사용했던 악기들이 거의 망가진 모습을 보며 이 메마른 사막지역에서 믿음의 꽃을 피우며 찬양의 기쁨과 소망의 오아시스를 펼쳐 나가고자 했던 중요한 목회 계획중의 하나가 하얗게 사라지는 것 같아 그만 풀석 주저 앉았다.


그러나 이런 일이 나의 부재중에 일어났으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사택으로 이사 온 이튿날 아침 햇살에 눈을 뜨니 침대방 윗 창가 사이로 웬 낯선 사람이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너무 혼이 나서 급히 사택을 빠져나왔던 생각이 불쑥 났다.


돌이켜 보면 약하고 작은 동양여성 목회자로서 홀로 그 열악한 환경에서 사역이 가능했던 것은 전적으로 주님의 은혜였다. 또한 더 어려운 여러 선교 사역지들을 떠올리며 위로와 힘이 되는 가운데 예수 이름 권세로 방패가 되었음을 감사한다. 비록 더욱 어려운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었을 지라도.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룸을(롬 5:4)”을 믿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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