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상봉(영화연합감리교회 장로)
사순절의 중심 단어는 죄와 회개입니다. 그런데 요즘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질병으로 인해 세상은 온통 그에 관한 소식으로 완전히 뒤덮여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가족 건강의 불안으로 사순절은 뒷전에 물러서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회개를 위한 나의 죄가 무엇인가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의 법률상의 죄, 도덕상의 죄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종교상의 죄, 즉 성경에 나오는 죄를 통해 ‘인간의 죄’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구약성서에는 죄를 뜻하는 3가지 말이 나옵니다. 첫째는 ‘아온’입니다. 마음이 삐뚤어져 자신을 학대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헤타’, 남의 것을 훔치거나 살인을 하는 반사회적 행동을 말합니다. 셋째는 ‘페샤’입니다. 신에 대한 반역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며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죄였습니다.
신약성서는 죄를 ‘하마르티아’란 말로 표현합니다. ‘표적에서 벗어나감’ 혹은 옆길로 빠짐입니다. 진리와 생명의 길에서 벗어나 옆길로 빠진 것이 죄인데 죄는 상태이지 행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된 상태가 죄입니다. 그로인해 인간사회에서는 거짓과 폭력과 탐욕이라는 행위, 즉 죄의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죄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죄를 소극적인 측면으로만 국한 시키려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지 말라고 금지한 것을 어긴 것만 죄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살인, 간음, 도둑질을 하지 말라등 무엇을 금지한 것을 어긴 행위만 죄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많은 계명을 한마디의 긍정 화법으로 바꿔주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은 그의 저서 ‘희망의 신학’에서 말합니다. “인간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은 그가 행하는 악이 아니라 그가 행치 않는 선이며 그의 악행이 아니라 그의 태만이다.”
“의인은 하나도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 .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롬3:10~12). 사람은 모두가 죄인이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본성적으로 원죄의 쓴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이것이 먼저 나 자신의 죄를 바로 알고 회개하여 하나님께 엎드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웃과의 왜곡된 관계는 모른 체하고 오직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 개선만 추구하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요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