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은(UMC 은퇴 목사)
새로운 목회지에서의 사역이 활발히 진행되던 중 나는 갑자기 전 감리사의 미팅 호출을 받게 되어 곧 현 감리사에게 문의를 했으나 명확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전 감리사의 주도하의 미팅 통보였기에 과거의 부당한 평가가 떠오르며 혹시 이 미팅이 현 목회에 지장이 가져오지 않기를 바랬으나 지나간 부당한 평가들을 들춰내어 회의를 진행할 땐 내 눈과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또 가슴 아픈 일은 나의 목회를 극구 칭찬하고 격려했던 현 감리사가 등을 돌리고 케비넷 회장이 된 전 감리사의 편에 서 있었다. 그 역시 소수민족 감리사로서 백인 의장감리사의 압력과 영향에 눈치를 보았어야 했을까?. 새삼 보따리를 싸 들고 온 많은 이민자들이 마치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꼭둑각시처럼 보이지 않는 백인 우월주의 아래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서글퍼졌다.
그 당시 우리교회는 미자립 작은교회의 하나로 교단의 보조금을 받았는데 이웃 동네 교회와 합치려는 계획을 후에야 알게 되었다. 교단의 재정 상태와 미자립 교회의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 간의 연합(Merging)에 대해 나는 이해하면서 무조건 반기를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약한 교회라 할지라도 이 땅에 영혼 구원 역할의 중요성은 크기, 교인수, 예산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현 목회자의 열심과 비젼이 등한시되고 지나간 부당했던 기록까지 끄집어내며 교회를 닫으려는 이유를 합리화시키려는 시도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사순절 기간이라 간절히 기도하면서 기도중에 전 감리사에게 호소의 서신을 띄우지 않을 수 없었다. 주된 내용은 내 앞에 주어진 복음 사역에 전념하게 해달라는 호소와 화해, 용서, 사랑의 편지였다(골 3:13).
또한 감독님께도 부활절에 5명의 새 가족이 생겼다는 좋은 소식과 그 당시 연회의 주제였던 “New Ministry”에 입각한 지역사회의 새로운 전도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어 복음의 씨앗이 되어 전파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내용이었다.
긴급요청은 전 감리사로부터 지난날 부당했던 목회평가를 다시 들추어 현재의 목회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으니 복음사역의 중요성을 감안, 중단 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또한 “아무 걱정말라”는 감독님의 말씀과 함께 “뒤에 것은 잊어버리고”(빌 3:13-14)란 성경말씀처럼 주의 사역에 집중하고 있으니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실로 유감스럽게도 아무에게도 응답이 없었다.
끝이 안보이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답답함 가운데 이메일 논쟁은 계속 되어져야만 했고 사실과 공정을 밝히는 나의 내용과 전 감리사는 본인의 합리화로 집요하게 밀고 나갔다. 마치 오래전 고국에서 시청했던 드라마 “도망자”에서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혐의 없는 주인공의 증언을 무시한 채 필사적으로 추적하는 스토리가 연상 되었다.
감사하게도 그 끈질기고 부당한 추적을 통해 영적인 재각성의 계기가 되었는데, 그것은 부르심을 받은 모든 주의 사역자들은 ‘복음’ 앞에서 과연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깨우침이었다.
그날도 “빛의 사자들이여”란 찬송으로 힘을 얻으며 사역에 열중하던 중 전 감리사로 부터 심리테스트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게 되었다.
장소는 먼 거리에 있는 동양인 기독교 상담 요원이었다. 그런데 상담 기간 중 간혹 질문을 하면 위 지도층의 지시였다며 마치 지시자로부터 상담 이유와 의견을 들은 것 같았고 전 비용을 지불하는 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조하는 듯 했다.
심리 검사가 끝나는 날 헤어지기 전 나는 짧은 기도를 제안했는데 거절을 해서 간단하게 묵념후 감사 인사 후 건물을 나왔다. 그런데 “Amazing Grace” 가사가 적힌 작은 책갈피 감사기념 선물을 잊고 나와 다시 돌아가 전해주었다.
그런데 파킹장으로 쫓아 나와 돌려주면서 다시 오면 경찰을 부르겠다는 경고에 깜짝 놀라는 순간 저런 분의 나의 심리검사 결과 보고는 어떠할까 라는 우려가 확 밀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심리검사결과 보고는 긍정적이 아니었고 덧붙인 평가 내용은 전문심리상담사라고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 아닌 상상된 보고였다.
나는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상담 후 다시 교회로 돌아가야만 했는데 장거리로 인해 차 안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곤 했다. 점심을 마치고 나가다 보니 마침 심리상담사의 차가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아마 점심시간 외출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보고서엔 내가 그분을 기다렸다 몰래 자기 차를 따라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정신 이상이 있는 사람인 양 나의 풀 타임 목회자 자격에 불리한 보고서를 올린 것이다. 원 세상에... 정작 심리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그런 잘못된 보고서를 작성한 바로 그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심리검사 결과에 따른 잘못된 보고는 엎친격 덮친격 어려움을 더하여 주었는데 그당시 늦게나마 보조가 시작된 두 백인 목회자가 나에게 더 이상의 도움을 줄 수 없다 했다. 도무지 더 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