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택(밸리주하나교회 목사)
“아빠, 농구에 내가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이번에 Street 오디션에서 뽑혔어. NBA 농구선수가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아빠, K-Pop에 지원했어. 이번에 LA에서 오디션이 있는데 친구랑 다녀올 거야.”
중, 고등학교시절의 자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열심히 운동을하고 댄스팀을 만들어 노래와 춤으로 밤을 지새우는 아이를 보면서 “언제 공부하려고 저러나..” 한숨을 쉬면서 걱정을 했었다. 그런 아들이 컴퓨터를 공부하고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진로가 변화무쌍하게 바뀔는지, 직장이 변경될는지 알 수 없다.
자녀와의 대화 가운데 많은 부분이 진로나 일에 대한 것이다. 이 대화가 만족스러우면 자녀교육의 보람이 되는데, 흡족하지 못하면 실망과 갈등 속에서 삶의 보람도 잃어버리기 쉽다.
자녀의 인생과 진로를 책임 있게 지도하기엔 나 자신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안다. 내가 자라온 사회문화적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고, 자녀의 진로를 자신의 대리적 욕구충족의 수단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더욱이 급변하는 세상의 환경 속에서 미래 직업의 종류와 직업을 위한 자질, 그리고 직업의 전망을 파악하기엔 완전히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로에 관한 각종 기사, 인생 선배들의 조언,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에 관심을 기울인다.
어쩌면 무책임하단 책망을 들을 수 있겠지만, 자녀의 진로 문제에 대하여 마음을 비우고 싶다. 부모가 너무 욕심이 많고 앞서간다고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맡기고 자녀에게 맡기는 마음의 비움과 여유가 필요한데... 자녀는 부모의 자녀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때론 시행착오도 귀한 자산이다. 부딪치면서 생겨난 조각조각들이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운 결과를 드러내는 모자이크의 완성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진로에 관한 나의 경우가 그랬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지만 한 가지는 정말 필요한 것 같다. 자녀와 대화하면서 긍정적인 관계를 갖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자녀의 지능, 재능, 적성, 흥미, 성격, 가치관, 신체적 조건 등에 대한 것과 가정의 전통과 신앙(종교), 경제적 여건, 사회문화적 특징 등을 대화를 통해 나누다 보면 상상외로 진로 지도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
대화의 자세인데, 자녀가 마음에 안 드는 말을 할 때라도, 말을 아끼는 ‘인내’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다수 부모에겐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리고 ‘가치관’의 준비이다. 직업의 가치를 외형적 가치 즉 돈, 명예, 권력, 쾌락 추구에서 찾기보다는 소명적, 내면적 가치 추구에 비중을 두고 대화하는 것이다. 여기엔 4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1) 의미 있고 보람 있는가? 2)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가? 3) 내 삶의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가? 4)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