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요(베델한인교회 목사)
학교를 졸업한 지가 까마득한데, 다시 학생이 되어 학교에 오니 배우는 것이 참좋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자유’입니다. 교수님들은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점잖게 가르치시는데, 학생이 된 저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수업에 들어가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습니다. 목사이다 보니 늘 입을 열어 가르치는 습관이 몸에 배었는데, 입 대신 귀를 열고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같이 배우는 후배들을 보니 모두 내로라는 교회의 담임목사들인데 모두 어찌나 열심들인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배웁니다. 학교에서 배달해 주는 점심과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면 숙제하고, 아침에는 호텔에서 주는 간단한 아침식사 후 다시 학교로 와서 저녁 식사 전까지 그야말로 ‘밥만 먹고 수업만 듣는’ 모습이 마치 고등학생이 된 것 같습니다.
논문을 열심히 써야 하는 저는, 교회 사역 중에는 설교 준비에 급급해서 논문을 위해 읽어야 할 책들을 읽지 못해 전혀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가, 야단 아닌 야단을 맞고 이제야 책들을 찾아 읽으며 논문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공부는 30대에 끝내야 하는데, 6학년이 되어 늦깎이 공부를 하려니, 머리에서 쥐가 나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1년에 3,500에서 4,000개의 교회가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이번 팬데믹을 지나면서 그 수는 훨씬 더 늘었을 것이라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정말로 미국의 영적인 기류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물론 매년 세워지는 교회들도 많지만, 기존의 교회들이 죽어가고 있고 문 닫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 누구도 자기 교회가 문 닫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별히 자기가 자라난 교회는 더욱 그렇습니다. 교회가 힘들고 재미도 없고, 서서히 출석 교인수가 줄어가는 예배 현장을 보면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그냥 습관적으로 교회 마당을 밟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이렇게 죽어가는 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그 바쁜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러 오셨습니다. 특별히 목회자의 리더십은 강단 리더십이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더 ‘바르게’ 전하기 위해서 열공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식사하면서 가끔씩 나누는 대화 속에 목사님들의 안타까운 눈물을 봅니다.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아사셀 같다고나 할까요. 교회의 그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 목회자 혼자서 바둥거리는 현장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이런 순수한 목회자들을 돕고자 시작된 목회학 박사 프로그램은 바로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기 위한 집중 프로그램입니다. 저도 그 일익을 감당하기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후배들과 저에게 맡겨진 시간을 열심히 나누고 있습니다.
*7월 10일, 대속죄일에 백성들의 1년간의 죄를 사하기 위해 두 염소가 나옵니다. 한 염소의 피는 희생되어 그 피가 속죄소 위에 뿌려지고, 다른 한 염소는 백성들의 눈앞에서 광야 무인지경으로 끌려가 버려집니다. 이 염소처럼 우리의 죄를 영영히 떠나보낸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이 염소가 아사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