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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8/30/22
물 가난

 

요즘 양치질을 할 때는 물이 허투루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 예전엔 칫솔을 들었다하면 수도꼭지부터 틀어놓고 양치질을 시작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지만 요즘엔 물을 한 컵 받아 놓고 그리고 양치질을 시작한다. 그렇게 수도꼭지를 잠가놓고 양치질을 하면 하루에 8갤론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통계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수도전력국에서 그렇게 홍보하고 있다.


우리 집 뒷마당에 내가 공들여 키우던 포도나무는 말라 죽었다. 아내가 봄에 심은 오이랑 고추나무는 이미 오래전에 말라 죽은게 아니라 타 죽었다. 가뭄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만 스프링클러를 틀 수 있다고 하니 거의 모든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아내는 설거지를 하면서 화단에 뿌려도 좋다고 생각되는 구정물은 열심히 바께스에 모으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릴 수 있는 나무들은 살려야 된다는 비장한 각오다. 그걸 들어다 화단에 주는 건 내 담당이다. 아직 말라 죽지 않은 프르메리아, 장미, 라벤더에다가 구정물을 조금씩 분배(?)해 준다. 그럴 때마다 물 좀 더 달라고 화초들이 아우성을 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물 가난뱅이가 되었다. 우리의 일상에 찾아든 이 불편하고 절망적인 ‘물 가난.’


이민 초기 에어컨도 없는 똥차를 몰고 다닐 때도 이런 가난은 없었다. 원베드룸에서 아이들과복작 댈 때도 이런 가난은 아니었다. 구정물을 받아다 나무에 뿌려 주고 물을 아끼느라 양치질도 제대로 못하는 이런 가난이 인공로봇이 피자를 배달하고 민간인 우주여행시대가 열리고 있는 최첨단 과학전성시대에 상상이나 할 일이었는가?


이번 주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로 인해 1000여명이 생명을 잃었다. 뉴올리언스 지역과 텍사스지역엔 계속 홍수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미 서부지역에선 가뭄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지구촌 다른 곳에선 물이 범람하여 사람들이 죽고 있다. 모두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재앙의 단면이다.


이런 기후 재앙이 인류의 계획 없는 지구 착취에서 비롯되었고 그로 인해 비롯된 기후변화로 지구가 인류에게 서서히 보복을 시작하고 있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손을 써보자고 해서 UN도 나서고 선진국들이 자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자는 선언이나 협약을 맺고는 있으나 “내 평생에 그런 재앙 때문에 손해 볼 일 있겠는가?”라며 느긋해하던 게 우리네 보통사람들이었다.


친척 집 결혼식이 있어서 오레곤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잠깐 샤스타 레익에 들렸다. 샤스타레익은 30여년 전 국민학생이던 우리집 아이들 끌고가서 캠핑을 하다가 예약이 잘못되어 길바닥에서 잠을 자며 고생고생하던 곳이라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호수 공원 벤치에 앉아샌드위치나 먹으며 추억에 잠겨볼까 했는데 그만 까무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호수가 거의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말라 있지 않은가? 가라앉은 수면 주변으로 하얗게 드러낸 물자국은 흉하다 못해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일본에 후지산이 있다면 캘리포니아엔 샤스타 마운틴이 있다 할 정도로 유명한 샤스타 마운틴은 오레곤-캘리포니아 접경지역을 덮고 있는 지붕 같은 산이다. 7월에도 만년설이 쌓여있다 하여 5번 프리웨이를 달리던 운전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그 산봉우리에 만년설은 없었다. 그러니 샤스타 레익에 물이 고일 리가 없다.


새크라멘토에서 스탁튼, 베이커스필드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는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미국을 먹여 살리는 곡창지대다. 거기도 물 가난은 예외가 아니었다.


중가주 농업지대가 연방정부로 받는 농업용수가 거의 제로 상태이다 보니 프레즈노-킹카운티 지역의 20만 에이커 이상의 농지는 아예 황무지처럼 버려두었다고 한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저축이라도 해야 하는데 물은 저축할 수도 없다. 그러면 근본으로 돌아가서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이는 일에 열심을 내지 않으면 우리는 머지않아 ‘기후난민’이 되어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이주하는 길 밖에는 없다.


한국도 기후변화의 피해가 현실화되자 기독교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2040년까지 탄소배출 100% 감축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고 한다. 교회에서 화석 연료, 탄소배출 연료를 사용하는 난방, 취사기기, 이동수단 신규 구매를 중단하고, 지열, 수열, 태양열, 빗물 등 에너지 활용에 나설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탄소헌금이란 것도 생겨날 예정이란다. 잘하는 일이다. 그것도 교회가 앞장서고 있으니 더욱 다행스럽다.


이번 주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총회가 9년 만에 독일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 교회들의 연합과 일치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하자는 것이 주요 의제로 채택되었다. 앞으로 지구온도 1.5°C 상승, 그건 최후의 레드라인이다. 그걸 막는 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미래는 재앙만 남는다. 그 재앙을 막는 최후의 방어막, 1.5°C에 걸린 인류의 미래,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기회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금년 17살의 스웨덴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혼자에게 그 무거운 짐을 맡겨서 될 인인가? 우리 모두 함께 시작해야 한다. 아니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다.


기후변화를 막아 설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지 해야 한다. 우리가 당해 보니 실감이 난다. 물 가난 정도는 이제 기꺼이 감수하며 살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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