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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1/24/23
교회가 싸워야 할 ‘치매마귀’

 

 2010년에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詩)’에서 주인공 미자는 ‘아네스의 노래’라는 제법 긴 자작시를 담담하면서도 서글픈 목소리로 읊으며 영화의 끝을 알린다. 손자의 성폭행 연루 소식에 자신의 알츠하이머병 진단까지 전해 들은 미자가 그저 아름답게 바라보려던 세상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꾸역꾸역 받아들이며 적은 글이다.


영화 속의 그 미자를 연기했던 배우 윤정희 씨가 지난주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망원인은 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를 연기하다 결국 그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니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2016년 데뷔 5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고 한다. “전 항상 영화 속에서 살고 있어요. 저는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영화를 할 거예요. 영화는 인간을 그리는 건데, 인간이 젊음만 있나요? 100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웃음) 좋은 시나리오만 있으면 그때까지 할 거예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란 영화가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장관을 지낸 이창동 씨가 감독을 맡아서이기도 하고 노인네 윤정희 씨의 연기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란 호기심 때문에 아내와 함께 봤던 영화. 연기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그 마지막 영화에 남겨놓고 한세월을 주름잡던 톱스타는 세상을 떠나갔다.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난 이는 비단 윤정희 뿐 만은 아니다. 치매는 유명 여배우란 족보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에게나 덤벼든다. 미남 배우 출신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도 그 병으로 별세했다. 그뿐인가. 서부영화 유명 총잡이 배우 찰슨 브론슨도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났다. 콧수염으로 유명했던 배우 오마 샤리프, 철의 여인 영국 대처 수상, 우리나라 ‘비목’이란 노래로 유명한 작곡가 장일남 씨도 모두 이 병으로 죽었다.


그럭저럭 치매는 이제 우리 코밑에서 맴도는 질병이 되었다. 더구나 가속노화현상으로 옛날 어른들이 앓던 노인성질환을 10~20년 빨리 겪게 되었고 그래서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나머지 노년을 보내게 된다는 우울한 보고서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 그러니 100세 장수시대가 왔다고 니나노 좋아할 때가 아니다. 침묵의 살인자란 기분 나쁜 별명을 갖고 치매가 이 세상을 점령해 오면서 치매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100세 시대가 의미없는 고통의 세월이 되었고 생명의 길이만 늘어났을 뿐 전혀 행복하지 않은 시간의 연장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래서 암은 여전히 인간의 사망 원인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피하고 싶은 질병 1위는 암이 아니라 치매로 조사되었다.


그럼 치매를 미리 차단시켜주는 최전방 전투병은 없는 것일까? 아직 치료약이 없는 마당에 유일한 전투병은 예방의 길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현실을 현명하게 파악하고 한인사회에서 치매예방운동, 그리고 치매환자 돌봄사역에 앞장 서 온 분이 소망소사이어티의 유분자 이사장이다. 유분자 장로님은 그래서 치매에 관련한 강의, 실습, 유튜브, 치매환자 돌봄 매뉴얼을 개발하여 그 분야에서 개척자적으로 헌신하고 계시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가 매년 감사장을 넉넉하게 챙겨드려도 시원치 않을 훌륭한 어른이시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에만 의존할 때가 지났다. 교회마다 이 치매란 고약한 살인자에게 매달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자꾸 줄어드는 주일학교 학생 타령은 이제 그만하고 교회의 머저리티를 차지하는 노인목회로 시야를 돌리되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역 하나는 치매사역이 되어야 한다.


지난주 월드미션대학교에선 ‘시니어 복지목회 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 학교의 선견지명은 칭찬할 만 하다. 이젠 가속고령화사회란 말이 한국에 국한되는 말이 아니고 미주한인교회에게도 발등의 불이 되었다. 상록회니 갈렙회니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노인들을 한곳에 가둬둘 생각만 하지 말고 이제 ‘노인들의 천국’으로 교회를 리셋해야 할 때다. 굳이 예배당에 트레드밀이나 근력운동하라고 덤벨로 가득 채우라는 말은 아니다. 우선 치매사역부터 시작해도 된다. 방치했다가는 너무 서글퍼지는 급한 불이니까.


이번 포럼 발제자로 나선 이준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는 시니어 복지목회의 성격을 두고 “우선 노인들을 예수님 섬기듯 한다는 평가를 노인당사자와 세상으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당하신 말씀을 미주한인교회에 던지고 가신 이 교수님에게 갈채를 보내고 싶다. 그러면서 그분 하는 말씀이 앞으로 교회는 ‘치매친화적 신앙공동체’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치매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고, 세미나, 치매돌봄사역팀을 구성하여 교육,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기도, 자원봉사자를 확보하는 등의 사역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주고 가셨다.


윤정희 씨가 치매환자 연기하다 치매로 세상을 떠난 것처럼 나도 치매 예방 운운하다 빼도 박도 못하고 치매로 죽어가는 신세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치매사역이 시작된 교회라면 교단 따위 따지지 않고 우선은 그 교회로 달려갈 것만 같다.


앞으로 교회가 싸워야 할 또 하나의 마귀는 치매마귀다. 불가항력의 약점을 이용하여 장송곡을 부르며 진군해 오는 그 마귀와 싸워야 할 어두운 시간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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