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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8/23/23
라하이나에 뜨는 ‘희망의 태양’
이창민(LA연합감리교회 목사)

 

차라리 태양이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그랬다면, 화마가 휩쓸고 간 라하이나의 참담한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8일 하와이주의 마우이에서 발생한 화재는 강한 바람을 타고 마우이의 서북쪽 해안 도시 라하이나(Lahaina)를 순식간에 집어삼켰습니다.

 

허먼 멜빌의 걸작 ‘모비딕’의 배경지로 유명한 라하이나는 1845년 수도를 오아후섬 호놀룰루로 옮기기 전까지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습니다. 이곳을 드나드는 포경선이 400척을 넘었고, 수만 명의 선원들이 머물면서 라하이나를 18~19세기 하와이 왕국의 가장 번성한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라하이나는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고 할만 합니다. 부족 단위로 살던 하와이 원주민들을 1795년 하나의 왕국으로 통일한 카메하메하 1세의 궁전과 200년의 역사를 지닌 와이올라 교회가 이곳에 있습니다. 1835년 건축된 마우이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이 ‘볼드윈 홈 박물관(Baldwin Home Museum)’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포경선 선원들이 묵었던 ‘파이오니어인 호텔’ 등의 유적지를 간직한 라하이나는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라하이나의 중심 도로인 프런트 거리(Front Street) 주변에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식당과 상점, 갤러리와 기념품 판매 업소들이 즐비합니다. 오래전 포경선이 오가던 항구에는 크루즈 배들이 드나들고, 스노클링과 고래 구경을 하려는 여행객들을 태운 배들도 들락거립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이곳에서 누리는 행복을 오랫동안 잊혀지지지 않을 추억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 모든 것이 불에 타 없어졌습니다. 백 명 이상이라는 사망자 숫자는 실종된 사람이 많기에 얼마큼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2,200채 이상의 건물이 불에 타면서 인구 1만 2,000명의 도시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따스한 하와이의 태양 아래에서 우쿨렐레 반주에 맞춘 하와이풍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거리를 한가롭게 오가는 관광객들의 흥겨운 모습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라하이나라는 말은 하와이 원주민 언어로 ‘잔인한 태양’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 말에는 하와이의 여름 햇살이 뜨겁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화재로 인해 사라진 참혹한 세상을 비추는 ‘잔인한 태양’이 되었습니다.

 

라하이나에 있는 연합감리교회도 이번 화재로 예배당을 잃었습니다. 1896년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이민 온 일본인들을 돌보기 위해 일본에서 온 소토시치 키하라(Sotoshichi Kihara) 목사에 의해 시작된 라하이나 연합감리교회는 1922년 지금의 자리에 예배당을 짓고 하와이 원주민, 통가와 필리핀계 이민자들, 백인과 여러 인종의 교인들과 마우이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예배드리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이 교회의 담임인 ‘존 크루(John Crewe)’ 목사는 화재로 많은 것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다고 하면서 교회는 결코 건물이 아니라 서로 돌보고 사랑하는 성도들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또, 그는 잃어버린 것들로 인해 슬퍼하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위로를 누리며 교회의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곳곳에서 라하이나를 돕기 위해 성금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연합감리교회의 구호국에서도 긴급 구호금을 보냈습니다. 연합감리교회 루이지애나 연회는 하와이 지방회로 구호금을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루이지애나는 오래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재난을 당했을 때,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가 형제자매를 도울 수 있을 때 도움을 주고자 할 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연합감리교회의 아름다운 연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울 때 누군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가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야 합니다. 예배당을 잃은 라하이나 연합감리교회와 삶의 터전을 잃은 라하이나 교회 교우들을 돕는 일에 우리의 마음과 사랑을 모을 때입니다. 우리의 정성이 모일 때, 라하이나의 참혹한 세상을 비추던 라하이나의 ‘잔인한 태양’은 회복된 세상을 비추는 ‘희망의 태양’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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