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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4/23/24
도전받는 연방대법관 종신제

 

미 연방대법원은 미국 최고의 사법기관이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권고와 동의하에 임명하는 대법원장과 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었다. 이들 대법관들의 임기는 "선한 행동을 하는 동안" 종신직이고, 사임은 사망, 사직, 은퇴, 탄핵으로만 가능하다.


지방법원, 항소법원에서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대법원에서 판결 한번 떨어지면 그걸로 분쟁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러니까 헌법이나 하위법원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판결에 따라 미국 사회가 급변할 수 있고 보수와 진보의 첨예한 각축장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오마바 대통령 시절인 2015년 대법원은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내렸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기로서니 청교도가 세운 나라에서 동성애를 합법화 하다니 이 나라가 망조가 들었다고 한탄의 소리가 거세게 터져 나왔다. 특별히 한인교계의 실망감은 더욱 심했다.


2022년에 이르자 대법원은 또 ‘대형사고’를 터트렸다.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앤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낙태권 박탈 판결이었다. 미국 여성 수백만 명이 낙태(임신중단)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면서 그 여진이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동성애 합헌은 진보적인 민주당의 승리라면 낙태권 박탈은 보수를 대변하는 공화당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금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는 있지만 철썩 같은 집토끼 지지층에 힘입어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것이다. 낙태권 박탈로 부아가 치밀고 있는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여 자기 표밭을 만들겠다는 야심 때문이다. 이게 모두 연방 대법원 판결 하나로 세상이 뒤집어진 사례다.


이러자 일각에서 연방 대법관의 임기를 종신제에서 임기제로 바꾸자는 쪽으로 화풀이를 하고 있다. 심지어 나에게도 한 시민단체에서 대법관 임기제 찬성 청원서에 서명해 달라는 이메일이 오고 있다. 임기제로 바꾼다고 해서 진보가 보수되고 보수가 진보로 뒤집어지는가?


다만 우리네 보통시민들은 자신의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에 좌우되지 않고 나라의 미래와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는 사법적 혜안을 가지고 정의의 방망이를 두들기는 대법원 판사들을 기대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 최고령 대법관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은 흑인이면서도 보수주의자다. 그의 아내 버지니아 토마스는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트럼프 비서실장에게 선거결과를 뒤집으라고 촉구하는 문자를 보낸 일로 구설수에 올랐다. 또 토마스 대법관 자신은 억만장자의 자가용 비행기를 공짜로 이용했다는 사실이 탄로나면서 진보진영에서 그의 비위를 물고 늘어졌다.


이러다보니 평생 눌러앉아 영화를 누리는 대법관들을 아예 임기제로 바꾸자는 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세상 어디엔가는 참으로 의롭고 공평한 구석이 하나라도 있어야 인류에게 희망을 줄 것 아닌가? 권위하면 영국 왕실이고 정의와 평화의 목소리하면 로마 교황청,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방향타’하면 우리는 연방 대법원을 떠올려 왔다. 말만 들어도 정의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 옛날의 명성이 자꾸 퇴색하는 것만 같다. 그곳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탐욕 때문 일 것이다.



우리가 목사를 부를 때 이름 앞에 레버런드(Reverend, Rev.)란 말을 붙인다. 기독교 성직자 대부분에게 붙여지는 이 존칭어는 “진실하게 행동하는 사람” 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을 소개할 때는 패스터(Pastor)라고 부르지 레버런드라고 하지는 않는다. 정말 목사님들은 모두 레버런드인가?


연방대법관들의 존칭은 살아있는 정의의 화신이라는 의미에서 저스티스(Justice)라고 불린다. 정말 온 백성이 우러러보는 정의의 화신이 맞는가?


연방대법관의 종신제를 허물자는 일각의 여론은 왜 태동하고 있는지, 그 가운데 우리 목사들의 모습도 냉철하게 투영해 볼 수 있다면 어쩌면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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