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배선(나성금란교회 목사)
미국의 어느 가정 사역자가 오백 커플의 부부를 대상으로 “행복한 가정을 위한 조건” 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했습니다. 종이를 한 장씩 나누어 주면서 부부가 서로 상의하여 ‘우리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조건’ 이라고 생각하는 것 다섯 가지를 적으라고 했습니다. 부부가 상의해서 여러 가지 조건들을 적습니다. 밀리언 달러의 집, 세계 여행권, 등등… 꿈꾸던 것들을 다 적었습니다. 이제 이 가정사역자가 말합니다. “자 다 적으셨습니까? 그러면 그 다섯 가지 가운데 하나를 포기한다면 무엇을 포기하겠습니까? 다섯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지우시기 바랍니다.” 부부가 상의를 해서 한 가지를 지웠습니다. 그러고 나니 “또 하나를 지워보십시오…“ 그럽니다.
다들 고민을 하더니 또 하나를 지웠습니다. “이제 세 개 남았습니다. 거기서 하나만 더 지워주십시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안됩니다. 더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항의를 합니다. 그래도 하나를 지우라고 하니 하는 수 없이 하나를 더 지웠습니다. 남겨진 두 가지를 제출했습니다. 사람들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여기는 것 두 가지, 마지막 까지 남겨 둔 두 가지가 무엇일까 통계를 냈습니다.
가장 많은 숫자가 나온 것은 ‘Family,’ 가정이었습니다. 가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Faith,’ 신앙이었습니다. ‘Family and Faith,’ 가정과 신앙입니다. 가족과 함께 신앙 생활을 하는 것, 이것이 삶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말합니다. 가족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실제로 가족과 관련된 날들이 5월에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매일 매일이 어린이 날이라 지키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5월 5일이 어린이 날입니다. 그리고 5월 8일은 어버이날, 5월 21일은 부부의 날, 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로 지킵니다.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주일을 Mother’s Day로 지킵니다. 이렇듯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가정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가정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성경은 여러 곳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주고 있습니다.
디모데후서 1:1-5 절의 말씀은 부모세대가 다음 세대에 줄 수 있는 영적인 유산에 대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비단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만 주는 말씀이 아닙니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다음 세대를 신앙으로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모두에게 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디모데에게는 두 가지 만남의 축복이 있었습니다. 첫째로, 바울과의 만남입니다. 바울은 디모데의 훌륭한 영적 멘토가 되었습니다. 당시 바울을 돕던 많은 동역자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바울은 디모데를 향한 관심이 각별했습니다. 2절에 보면, 바울은 디모데를 “사랑하는 아들”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실제 아들은 아니었지만,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있어 영적인 멘토요, 영적인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또한 바울은 디모데를 위하여 늘 기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3절에 보면 바울은 밤낮 쉬지 않고 디모데를 위하여 간구한다고 말합니다. 바울은 디모데를 위해 늘 중보기도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도 우리 자녀들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바울처럼 신앙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고 그들의 삶을 선하게 변화시키는 영향을 주며, 또 그들을 인정해 줄 수 있고 친밀한 관계를 쌓을 사람을 만나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드려야 하는 중요한 기도 제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디모데에게는 또 다른 만남의 축복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에게 믿음의 부모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의 어머니와 외할머니였습니다. “이는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있음을 생각함이라.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5절). 디모데의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그의 영적인 멘토가 되었습니다. 사도행전 16:1 에 따르면 디모데의 어머니는 유대인이었고 아버지는 헬라인이었습니다. 신앙이 돈독한 외할머니와 어머니 밑에서 자란 디모데는 어렸을 때부터 조기 신앙교육을 경험한 것과 같습니다.
디모데후서 3 장 15 절에서도 이것을 설명합니다; “또 어려서부터 성경을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다는 것은 곧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디모데가 어렸을 때부터 디모데에게 성경 말씀을 가르치면서 신앙으로 교육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은 말씀을 통한 신앙의 교육을 통해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위대한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믿음의 어머니가 그 배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세에게는 요게벳이 있었습니다. 믿음으로 모세를 낳고 키웠던 어머니입니다. 사무엘에게는 눈물로 기도하고 자녀의 삶을 하나님께 드린 어머니 한나가 있었습니다. 오늘 말씀의 디모데에게는 로이스와 유니게라는 믿음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거스틴에게는 자녀가 하나님을 만나기를 수십 년 눈물로 기도하던 어머니 모니카가 있었고, 감리교 운동의 창시자인 요한 웨슬리에게는 어머니 수산나 웨슬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신앙은 자동으로 전수되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부모에게서 자녀로 자동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일대일 관계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의 믿음을 보고 자란 것과 아닌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믿음이라는 유산을 물려받는 것은 그들의 영적인 생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큰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명기 6 장 7 절은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녀들에게,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믿음의 유산입니다. 자녀들에게, 다음 세대에게 말씀을 부지런히 가르치라는 하나님의 계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기도하고 말씀을 가르치는 부모를 통해 가정을 변화시키시고, 기도하며 말씀을 가르치는 어른들을 통해 교회를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역사를 믿으며 그것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믿음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신앙으로 양육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녀들이 교회에 나와 예배 드리도록 하고, 부모가 믿는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은 분명 하나님께서 칭찬하시는 일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해도 하나님이 칭찬하시는 일이라면 힘들어도 더욱 힘 써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의 자녀들을 그리고 교회 안에서 다음 세대를 신앙으로 양육하기 위해서 무엇을 가르치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로,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의 현실은 자녀들이 붙잡고 살아가야 할 영적인 가치,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강조하고 가르치기 보다는,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에 들어가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 같은 가치들을 훨씬 씬 더 중요하게 여기고 그렇게 가르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자녀들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복음에 대해서, 복음의 가치에 대해, 즉 사랑, 인내, 겸손, 절제 혹은 순종… 이런 가치에 대하여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어 본 적이 언제 있었습니까?
동료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목사님이 고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일대일 성경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간이 너무나 은혜가 되고 감동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저에게도 많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 나라의 가치, 영적인 가치를 가르쳐야 합니다.
어느 초등학생 아이가 수학 시험에 백점을 맞았습니다. 너무 좋아서 엄마에게 말했더니 어머니가 딱 한 마디를 했습니다. “그러면 영어는?” 아이는 칭찬 받고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돌아온 것이 이런 말이라면 그 아이가 받을 상처와 실망은 클 것입니다.
우리가 자녀들과 나누어야 할 대화는 출세나 성공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 영적인 가치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둘째로, 하나님의 나라의 믿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우리 다음 세대들이 믿음을 가지고 자라도록 우리가 믿음의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은 부모 앞에서 배우지 않고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가 기도하면 자녀도 기도할 것입니다. 부모가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 자녀도 말씀을 읽고 묵상할 것입니다. 부모가 정직하면 자녀도 정직할 것입니다. 부모가 자주 다투면 자녀도 그럴 가능성이 많습니다. 부모가 사랑하는 모범을 보이면 자녀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 라는 말처럼 부모 된 우리가, 어른 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바르고 경건한 신앙의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들도, 우리 다음 세대도 거기에서 배우게 될 것입니다.
셋째로, 그들을 하나님 나라의 보배로 여겨야 합니다.
자녀를 나의 소유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속한 존재이고 하나님이 존귀하게 여기시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 라는 단어는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0 년에 처음 사용했습니다. 어린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젊은이’ ‘늙은이’같은 단어처럼 ‘어린이’ 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어린이의 일반 호칭이 ''이놈아''와 ''아새끼'' 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2 천년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 하나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하는 것이다…" (마 18:5). 어린 아이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주님을 영접함 이라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때로는 자녀들이 우리의 맘을 아프게 할 때가 있고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 원리를 지키려 힘쓴다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시고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넷째로, 그들을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자녀들을 믿음으로 양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믿음으로 가르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믿음의 본을 보이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하나님의 영역인 것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맡겨드려야 합니다. 시편 127 편에 “자식은 용사의 손에 쥐어 있는 화살과도 같으니…“ 라고 했습니다. 부모는 활을 당기는 사수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활시위를 당겨 주시고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향하여 날아가게 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저희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자녀들이 주님을 바라보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붙들고 사는 자들이 되도록 방향을 보이겠습니다. 본을 보이겠습니다. 이제 주님께서 친히 그들이 가야 할 길로 나아가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그렇게 주님의 손에 자녀들을 믿음으로 맡겨드릴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의 달 5월, 우리의 자녀들에게, 믿음의 공동체 안에 있는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아름다운 믿음의 유산이 전해지고 그들을 믿음으로 세워가는 일에 더욱 열심을 다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김배선 목사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뉴저지 드루신학대학원 졸업
하와이 올리브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