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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5/22/24
이젠 내가 죽을 차례?

 

보통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동창생 혹은 동문이라고 한다. 동창과 동문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비슷하다. 동문(同門)은 ‘같은 학교에서 수학하였거나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사람’이란 뜻이고 동창(同窓)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사이’라고 되어 있다. 동창생 중에서도 같은 해에 졸업한 사람은 동창이 아니라 동기(同期)라고 한다. 그래서 같은 학교를 다녔고 같은 해에 졸업했으면 동기동창생이다. 그리고 같은 해에 입학한 동창생을 ‘입학동기’라고 부른다.



대개 대학을 입학할 때는 비슷하게 입학했지만 학교 다니다 군대에 끌려가거나 데모하다가 구속되거나 하면 입학동기지만 졸업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면 졸업을 언제 했느냐보다는 몇 년도에 입학했느냐가 선후배 관계를 따지는데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다. 그래서 입학동기는 비록 졸업은 제각각 했을지라도 처음 1학년 때 만났던 그 풋풋한 추억 때문에 평생 기억이 나고 그리운 친구들이다.



그 소중한 추억속의 내 신학교 입학동기생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가고 있다. 지난주엔 은퇴 후 인천에 살고 있던 내 입학동기 목사 한명이 세상을 떠났다. 통기타를 들고 들판에 나가 함께 노래도 하고 민주화 운동 어쩌구 하면서 여기저기 붙어서 구국기도회니 금식투쟁을 함께 벌이던 친구였다. 주말이면 그 친구네 부천 과수원집을 내 집처럼 드나들기도 했다.



이불을 함께 덮고 자면서 세상 끝 날까지 함께 가자고 했던 친구였다. 그러나 그런 약속은 몇 년 후에 산산조각이 났다. 내가 미국으로 간다고 하니까 그 친구는 내게 너무 서운했는지 소식을 끊었다. “미국으로 도망가서 살 놈인데 이제 넌 내 친구도 아니야, 임마!” 그런 싸늘한 마음으로 돌변했다.



그런 친구가 세상을 떠나자 한국의 입학동기들이 단톡방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조사를 남겼다. “친구여, 너무 급하게 우리 곁을 떠났구나. 많이 보고 싶었건만 미국 온 후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랑했던 나의 입학동기, 잘 가시게.“ 단톡방에 들어온 친구 목사들이 한마디씩 했다. ”이젠 우리 차례야. . “



입학동기가 세상을 떠나고 보니 내 이름도 이미 하늘나라 입국을 준비하는 긴 웨이팅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게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날이 제각각인지라 ‘하늘나라 입국 동기’는 연령대가 천차 만별일수 있다. 사실 대학 입학동기는 있어도 하늘나라 입국동기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당연히 ‘솔로입장’이기 때문이다.



5월 24일은 감리교 창시자 웨슬리 회심기념일이다. 웨슬리는 런던 올더스게이트에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회심을 경험했다. 그는 대서양을 지나는 뱃길에서 모라비안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풍랑을 만났건만 두려움없이 찬송을 부르는 것을 목격하고 내게는 왜 저런 평안이 없는지를 문제 삼으면서 구원의 확신을 갈구해 왔다. 그러다가 때를 만난 것이 바로 올더스게이트 회심사건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영국의 영적부흥을 주도해간 역사적 거목이 되었다.



난 모라비안들을 만난 적도 없고 올더스게이트의 가슴 뜨거워지는 경험도 없다. 다만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바울 선생님의 말씀에 의존하여 믿음으로 신앙고백을 하고 하나님의 콜링을 받아 선지자학교(?)에서 훈련을 받아 목사가 되었다. 사실은 고등학교 때 산상기도회에 따라다니며 목이 쉴 때까지 기도하며 울부짖기도 하고 성령세례를 사모하며 금식기도에 매달리기도 했건만 입학동기들의 단톡방에서 ‘이젠 내가 죽을 차례’란 말에 화들짝 겁먹고 있는 모양새가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하나님에 대해선 내가 전문가인양 소리치며 살아온 목사인데 난데없이 하늘나라 입국심사가 걱정이 되고 내 평생 지은 잡다한 죄목이 코스코 영수증처럼 주르르 찍혀 나오면 입국도장은 고사하고 다른 방으로 따라오라고 부를 때 그때 나는 어쩐다?



우리는 대개 하나님을 위해 성결하게 살고 선한 일에 투자했을 때 구원받는다고 믿는다. 다분히 천주교 적이다. 웨슬리도 구원은 거룩한 삶(holy living)이나 선한 행실(good works)로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올더스게이트 체험 이후 하나님의 은총에 의한 구원, 믿음으로만(faith alone) 구원 받는다는 쪽으로 변했다.



맞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 형장에 있던 죄인 한명이 단칼에 구원받고 초고속으로 하나님 나라 입국자가 된 것을 되돌아보면 결코 성화나 선한행위가 입국전제조건은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하나님 앞에 면목 없고 부끄럽기 짝이 없건만 그래도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라고 고백하는 ‘은혜여권’ 하나만 있다면 하늘나라 입국심사 통과는 가능하지 않을까? 이젠 내 차례? 하나님 은혜 안에 살고 있다면 그게 사실 겁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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