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열(원로목사)
하늘이 부여한 한 생애, 어떤 이에게는 짧게 30 여년을, 혹은 50 여년, 60 여년을, 더 길게는 70, 80, 아니 90, 드물지만 100세를 넘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세월 속에 어떤 삶이 담겨져서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그리고 멋있게 느껴져서 ‘저렇게 살아야겠구나’ 하고 영향력을 끼치는 삶이 복되고 본이 되는 삶이라 느껴집니다.
필자는 80여년을 살아 오면서 특히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라 수많은 사람, 계층과 직업도 다양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수시로 떠오르는 사람, 삶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 등 다양합니다.
그중 오랜 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본보기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기에 함께 만나보며 소개하렵니다. 물론 등장하는 사람 혹은 가족에게서 허락을 받은 바가 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여기에 소개되지 않아도 더 훌륭한 삶을 사신 분들도 많음을 압니다. 다만 필자의 눈에 뛴 분임을 이해해 주십시오.
1. 삶을 송두리채 주고 간 고 이*수 씨
필자가 25년간 거주한 The great New York 지역에서 식품도매업체 ‘리 앤 자이언트 푸드(Lee & Giant Food)’ 대표였던 고 이*수(2011년 당시, 56세)씨는, 1982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4년 후에 위에 언급한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잘 나아가는 사업가였으나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조의금을 한인 단체에 기부’ 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이에 유가족들은 고인의 뜻대로 ‘뉴욕아름다운 재단’과 ‘한인 커뮤니티재단(KACF)’에 기부했다는 얘깁니다.
부인 이*숙 씨는 “당초 장례식에 오는 분들로부터 조의금을 받지 않고 뜻이 있으신 조객들은 곧바로 두 단체에 기부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었는데, 경황이 없어 못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고인은 생전에도 기부 활동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2005년 설립된 뉴욕아름다운재단의 첫 개인 기부자였으며, 한인 1.5세와 2세 단체인 KACF 연례 기금모금 만찬에 온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투병 중에도. 건강하고 밝은 마음을 유지했으며, 지난 세월 도전적인 정신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 낸 자신의 삶을 감사했고 조의금이 암 투병환자들과 후세대들을 위해 쓰여지기를 바랬던 뜻을 유가족들에 의해 이루었던 것입니다. 아무나 못하는 아름답고 멋진 삶이라 아니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복음성가 중, “낮엔 해 처럼 밤엔 달처럼’ 2절에 ‘주의 사랑은 베푸는 사랑 값없이 거저 주는 사랑, 그러나 나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 더욱 좋아하니 …” ‘회개하라!’는 주님의 준엄한 음성이 내 마음에 메아리쳐 옵니다.
2. 호세 알베르토 구치에레스 씨
남미 콜럼비아 보고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그는 매일 자신에게 주어진 구역에서 쓰레기를 줍다가 버려진 책들을 모았는데, 20여년 간에 2만여권 정도를 모아 ‘저소득층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돈많은 부자나 대기업의 CEO는 말 한 마디에 결재하여 멋있는 도서관쯤이야 금세 만들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세상에 내세울 것이 없는 환경미화원이 자기의 삶속에서 정직하고 성실한 모습을 통해 ‘성공이 아니라 구별된 삶’을 더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지 그 무엇은 곧 직업 ‘Vocation’ 소명(calling), 하늘이 나를 불러 맡기신 ‘소명의식 안에 직업’ 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기에 그 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충성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 찌니라”(마태복음 25:21).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