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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7/29/24
세느강과 성 바돌로매 축일의 대학살

 

지난 주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곳은 파리의 세느강(la Seine)이었다. 하계 올림픽이 파리에서 개막되었고 개막식이 세느강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보통 올림픽 메인 스태디엄에서 열리는 개막식이 아니라 배를 타고 입장하는 독특한 입장식이었다. 거기다가 레이디 가가, 그리고 셀린 디옹까지 노래를 부르며 개막식을 장식하니 분위기가 한창 업(Up)되었던 같다. 확실히 예술과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답다는 좋은 의미에서의 후한 평가였다.


밤에 세느강 유람선을 타보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환한데서 보면 완전 흙탕물이다. 시커먼 똥물처럼 보인다. 그래서 올림픽이 열리기 전 파리의 여시장님은 수영복을 입고 세느강에 들어가 물놀이 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똥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보여주기쇼를 벌이기도 했다.


그 세느강변엔 ‘철강프랑스’를 과시하고 싶었던 에펠탑도 있고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열렸던 노틀담 성당, 세계문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듯 으스대는 루브르 박물관 등 잘 알려진 명소들이 즐비하다. 세느강은 프랑스 부침의 역사를 품고 침묵 속에 지금도 유유히 흐르고 있지만 한때는 피로 물든 비극의 강이요, 억울한 죽음을 품고 흘러야 했던 슬픔의 강이기도 했다.


‘성 바돌로매 축일의 대학살(1572년)’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프랑스 흑역사이기도 하다. 이 학살이 진행된 3일 동안 세느강은 핏빛으로 변했고 베르사이유 궁전에도 피가 물결처럼 넘쳤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때 죽은 사람들의 시체위에 지금의 에펠탑이 건축되었다고 한다.


이 학살 사건은 성 바돌로매 축일을 디데이로 잡아서 캐톨릭 신자들이 개신교 신자들, 즉 위그노들을 파리 목숨처럼 살해한 사건을 말한다. 파리에서는 3일 만에 3천여 명이 죽었고 그 후 프랑스 전역으로 번진 위그노 학살 광풍으로 약 3만에서 7만여 명이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구교의 갈등과 전쟁이 중세를 지나면서 유럽 여러 곳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이렇게 구교에 의해 개신교인들이 잔혹하게 살육되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대학살이 얼마나 충격이었으면 신실한 캐톨릭 신자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막시밀리안 2세까지도 이 소식을 듣고 공포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예 상복을 입고 이들의 죽음을 애도했고 제네바에서는 이 비통한 소식을 듣고 금식을 선포했다고 한다.


그런데 교황청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이날을 축하하여 ‘하나님께 찬양’이란 뜻의 ‘떼 데움’(Te Deum) 성가를 부르도록 명하였고 이날을 기념하여 기념 메달까지 주조하기도 했다. 메달엔 한 손엔 십자가를, 다른 한손엔 칼을 든 천사가 새겨져 있었다. 로마에서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3일간 불을 끄지 않았다고 한다. 프랑스에선 대학살극이 벌어졌는데 로마에서는 좋아 죽겠다고 춤을 춘 꼴이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로마 캐톨릭 교회는 이 학살 사건에 개입되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밀다가 1997년 양심적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처음으로 캐톨릭 교회의 개입을 인정하고 용서를 촉구했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캐톨릭 국가였지만 위그노들(개신교)은 왕족이나 귀족은 아니어도 상공인 중심의 잘사는 자본가 계급이었다. 이들에 대한 대학살이 벌어지면서 박해가 시작되자 주변국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 위그노의 대탈출(Huguenot Diaspora)은 서양 경제사의 흐름을 바꾼 고급 인력 이동 사례로 꼽힌다. 각 분야의 장인들이 독일과 스위스 등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예컨대 스위스가 시계산업의 대명사가 된 것도 프랑스 위그노 출신 시계 장인들의 이민 때문이었다.


프랑스의 자본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유럽 제1의 강대국이었던 프랑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앙숙관계였던 영국이 미국과 독립전쟁을 벌이는 걸 보고 미국을 돕다가 자기네 곡간이 거덜나는 부메랑을 맞았다. 그래서 “못살겠다, 갈아보자”라고 뛰쳐나와 왕정을 무너트린 게 프랑스 혁명이었다. 결국은 캐톨릭 교회의 신교에 대한 대학살은 프랑스 경제의 폭망, 그리고 머지않아 프랑스 혁명에 멍석을 깔아준 셈이 되었다.


유럽절대군주시대를 떠받드는 정치이론이 왕권신수설이었다. 국왕의 권한은 인간이 아닌 신(神)으로부터 나온다는 주장이었다. 유럽은 이 말에 찍소리 못하고 엎드려 있다가 “웃기고 있네 국가의 주인은 왕이 아니고 보통사람들”이란 자각을 통해 자유민권운동에 첫 휘슬을 분 사건이 프랑스 혁명이었다. 자유, 평등, 박애란 혁명의 3대 가치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전 세계로 봇물처럼 수출(?)되었다. 거기엔 볼테르, 루소, 몽테스키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기여했다. 옛날 세계사 교과서에서 다 배운 것들이다. 이 프랑스 혁명은 천부인권 사상의 뿌리가 되었고 이 혁명 하나만으로도 프랑스는 위대한 나라인 셈이다.


시인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란 시는 “미라보 다리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 간다”고 노래하고 있다. 세느강에서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지만 16세기 이 강에서는 구교의 신교에 대한 탄압 때문에 저주와 증오의 강물이 흐른 때가 있었다. 슬픈 죽음의 역사였다.


그래서 세느강을 두고 이제는 이렇게 노래해야 한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성 바돌로매 축일의 저주와 죽음 대신 평화와 관용의 물결이 출렁이게 하라. 종이여 울려라. 구교와 신교가 분별없이 죽이고 싸울 때는 이미 지나 갔나니 용서하라, 사랑하라,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임을 기억하라.”


세느강 주변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도 전쟁과 증오대신 용서와 평화를 도모하는 진정한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하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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