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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8/13/24
리디아 고, 그리고 명예의 전당

 

골프선수 리디아 고가 ‘파리의 여왕’이 되었다. 그에게 붙는 여러가지 수식어가 ‘골프 천재소녀’ ‘최연소 세계랭킹 1위’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번엔 더욱 찬란하다. ‘여왕’이라니. . 그러나 결코 그 말이 아깝지 않다. 올림픽 금, 은, 동메달 모두를 목에 건 선수가 있었는가? 내 지식으로는 리디아 고가 유일하다.


그 작은 덩치를 갖고 세계의 내로라하는 별들과 그린에서 경쟁을 벌일 때 “와~ 저 담대한 멘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드디어 지난주 폐막된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국적은 뉴질랜드지만 그는 한국의 딸이 아닌가?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명예의 전당은 스포츠, 예술 등 한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박물관이나 단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수많은 명예의 전당이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건 그래도 골프와 야구 명예의 전당이다.


연예인들의 명예의 전당은 역시 할리웃 ‘명성의 거리(Walk of Fame)’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성의 거리는 영화, 음악, 라디오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쟁쟁하게 활약했던 인물의 이름이 새겨진 2700개가 넘는 별 모양의 플레이트가 바닥에 장식돼 있다. 실존인물이 아닌 입성자도 있다. 미키 마우스, 도날드 덕, 백설공주, 개구리 커밋, 스누피 등이다. 심지어는 놀이동산인 디즈니랜드도 거기 있다.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도산 선생의 아들인 안 필립이 등록되어 있고 근처 차이니즈 시어터 앞마당 시멘트 바닥에는 한국배우 안성기와 이병헌의 손도장과 서명이 있다고 하는데 직접 보진 못했다.


리디아 고가 입성하게 될 LPGA 명예의 전당엔 이미 34명이 헌액되었다고 한다. 헌액이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명예의 전당 같은 기념관에 그의 사진 액자나 부조 초상이나 흉상 등을 바치는 일을 말한다. 영어로는 Donation이다. 한국선수로는 박세리, 박인비가 이미 거기 이름을 올렸다. 리디아 고는 이제 최연소 명예의 전당 헌액자가 될 참이다.


LPGA는 일반 대회 우승과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 올림픽 금메달에 각각 1점, 메이저대회 우승에 2점의 명예의 전당 포인트를 준다. 따라서 지난 2013년 프로로 데뷔한 리디아 고는 2차례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포함, 투어 통산 20승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올해의 선수상과 최저타수상도 각각 두 번씩 받았다. 명예의 전당 회원가입에 필요한 포인트 27점이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채워지게 된 것이다.


대회 마지막 날 리디아가 1등으로 출발은 했지만 바짝 뒤쫓고 있는 미국의 로즈 장이나 넬리 코다 같은 선수들이 막판에 치고 나오면 충분히 승부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골프 팬들은 숨죽이고 4라운드 경기를 지켜봤다. 은메달을 딴 독일의 헨젤라이트가 2타차로 따라붙을 땐 더욱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마침내 금메달을 결정짓는 순간 그의 눈에선 기쁨과 회한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에게도 수년간의 슬럼프가 있었다. 한때는 리더보드에서 이름조차 찾을 수 없었다. “리디아 고 어디 갔지?” 그런 때도 있었다.


리디아 고는 몇 년전 한국 ‘현대가의 며느리’가 되었다. 현대가문의 정태영 부회장이란 분이 올림픽 마지막 날 리디아 고를 쫓아다니며 응원한 모양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그 분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가족 중의 한명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를 펼쳤다. 자기 일에 이토록 진심이니 오늘은 존경심을 가지며 따라다녔다"고 글을 남겼다.


나는 ”자기 일에 이토록 진심이니 존경심을 가지고 따라 다녔다“는 그 분의 말이 순간적으로 내 가슴에 화살처럼 꽂히는 게 느껴졌다.


18번 홀 마지막 퍼팅을 하는 리디아의 그 진지함과 간절함을 목격한 팬들은 모두 공감했을 말이다. ”자기 일에 이토록 진심이니. . .“ 아니 프로선수들이야 돈벌이 차원에서 당연히 한타한타 집중력을 총동원하여 진심으로 타격하는게 당연하지. . 그렇게 생각해 버리면 유구무언이다.


그럼 평범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영부영 ‘대충주의’로 살아도 되는 아마추어 세상이고 엄청난 상금을 앞에 두고 있으니 프로들만 진지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된다는 말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아마추어처럼 실수가 많다보니 매사에 진심으로 살아야 할 사람들은 무수한 무명의 우리들이다.


그렇게 따지면 명예의 전당? 그게 꼭 리디아 고만 입회하는 곳인가? 실력 없고 이름 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도무지 명예의 전당이란 없는 것일까? 억지춘향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은 오늘 내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그 자리가 바로 내 명예의 전당이 아닐까?


명성의 거리? 꼭 할리웃 길거리만 생각하지 말자. 내 명성의 거리는 평생 이웃에게 친절하고 정직하게 살아오면서 하나님의 말씀 따라 성실하게 가정을 지키며 살아온 내 명예로운 인생길이 곧 명성의 거리였다고 생각하자. 진심과 정성으로 한타, 한타를 타격하며 그린을 향해 땀 흘리며 전진해 온 지난 나날들! 비록 금메달이나 우승 트로피는 없어도 그게 우리들의 빛나는 명예의 전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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