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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9/01/24
어마어마한 역사가 몰려오다
이창민(LA연합감리교회 목사)

 

광복절 이틀 후인 8월 17일, 파란 하늘이 도화지처럼 넓게 펼쳐진 토요일 오전이었습니다. 교회 마당으로 차가 한 대 두 대 들어서더니 어느덧 주차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차에서 내려 예배당으로 들어서는 이들은 서로 손을 부여잡으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을 표했습니다.

 

예배당 입구에서 이들을 맞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였습니다. 오클랜드에서 온 그랜트 김이라는 분이 명함을 내밀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임두화 목사라고 하면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신나게 했습니다. 1886년에 태어난 임두화 목사님은 19세에 하와이를 거쳐 남가주에서 공부했고, 1914년부터 1920년까지 조지아의 에모리 대학에서 수학한 후, 한국에 귀국해 신학교에서 교수로, 종교 교회 담임으로, 또 송도 고등보통학교의 교장을 역임했습니다.

 

그 후 임 목사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가졌던 미주 한인 동포를 섬기겠다는 꿈을 펼치기 위해 1933년 호놀룰루 제일한인감리교회 담임 목사로 부임했고, 1945년부터는 오클랜드 감리교회와 상항 감리교회를 섬겼습니다. 그날 모임에는 임두화 목사의 딸인 펄 림(Pearl Lim) 여사도 참석했습니다. 올해 96세인 펄 림 여사는 1940년대 말, 우리 교회의 찬양대에서 활발히 봉사하며 교회를 부흥시킨 인물로 교회 역사책에 기록된 분이었습니다.

 

그랜트와 이야기를 나눌 때 청년 하나가 등록처에서 이름표를 받는데 성이 ‘현’씨였습니다. 혹시 현순 목사의 자손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현순 목사는 1903년 하와이로 와서 교회를 세우고 이민자들을 돌보았습니다. 현 목사는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주도했고 임시정부의 외무위원과 내무 차장을 지냈으며 한국에서는 정동제일교회의 목사로 시무하기도 했습니다. 현순 목사의 아들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현은 리틀도쿄를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합니다. 우리 교회 예배당도 현순 목사의 아들인 데이비드 현이 설계했습니다.

 

또, 1905년에 하와이로 온 후, LA로 이주하여 포모나 대학과 UC 버클리 졸업후, 신학 수업과 목사 안수를 받고 오클랜드 감리교회를 비롯한 북가주의 여러 교회를 섬기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임정구 목사의 손주며느리와 그 자녀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뿐만이 아니라 그날 참석한 160여 명의 이민자 후손들은 저마다 초기 한인 이민 사회를 만든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역사책에나 나올 법한 인물들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간직한 후손들을 만나면서 한인 이민 역사가 어마어마한 파도가 되어 밀려오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날 모임은 초기 이민자들의 역사와 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만든 ‘한미 파이오니어 카운슬(Korean American Pioneer Council)’에서 주최한 행사였습니다.

 

오랫동안 이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 랠프 안 선생이 지난 2022년 세상을 떠난 후부터 지금까지 한동안 이어지지 못했던 모임이 미 본토 최초의 한인 교회이자,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신앙생활 했던 뜻깊은 자리에서 열렸습니다. 특별히 이날 모임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 랠프 안 선생의 부인인 앤 안(Ann Ahn) 여사도 참석해 그날 오신 분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날 모임은 ‘한미 파이오니어 카운슬’의 회장이자 독립운동가 황보정걸과 황보익준의 후손인 알렉스 장과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일본에 의해 추방되어 LA로 돌아온 후, 우리 교회에서 협동 목사로 사역했던 ‘빅터 피터스(Victor Peters, 한국명 피도수)’ 선교사의 아들인 멜 피터스가 주도해서 열렸습니다.

 

어마어마한 역사와 함께 몰려오는 방문객들과 함께 토요일 한때를 보내다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떠올렸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시인의 표현대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역사로 남은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와 함께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입니다. 초기 이민자들의 후손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초기 이민자들과 믿음의 선배들이 남긴 정신과 신앙을 계승해서 어마어마한 과거로 기억될 오늘을 만드는 어마어마한 인생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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