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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9/17/24
스마트 폰 자제론

 

내가 서울에서 경험한 일이다. 서울 시청 앞에서 인천에 가는 지하철 1호선을 탔다. 지하철을 타려던 한 할머니가 이미 차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이거 안양가요?” 인천 가는 전철에 대고 안양행이냐고 물었으니 단 한마디 “아니요!”라고 대답해 주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전철 안에 앉아 있던 늙은이, 젊은 놈 할 것 없이 그 할머니의 긴박하고 안타까운 질문에 누구하나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다시 물었다. “이거 안양가요?” 나서기를 싫어하는 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까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모두 죽일 놈들!”이라고 욕을 먹을 것 같아서였다. “아니에요. 인천가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은 닫히고 말았다.


아니 그 할머니 질문에 사람들은 왜 굳세게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 간단하다.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의 외침 따위는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더구나 젊은이들 귀는 이어폰이 틀어막고 있다. 음악을 듣는지 유튜브를 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사람들은 북적대지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혼자 피식 웃거나 흥얼거리는 시늉도 한다. 스마트폰에 코를 꿰이다보니 이웃도 없고 눈치도 없고 매너도 없다. 극단적인 개인주의, 혼자만의 세상에 길들여 진 것이다. 그래서 사회는 인정도 없고 유머도 없고 여유를 잃어버린 채 그냥 “네” “아니요”란 단답형 냉소주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었다.


우리사회를 메마른 땅, 광야 같은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일등공신 중 하나가 바로 이 스마트폰을 지목하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인가? 이제는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자제 움직임이 일고 있는 중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그 나라 총리가 직접 나서서 14세 미만의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금지하는 법안을 올해 내로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소유를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SNS 신규 계정 개설을 금지하자는 온라인 청원이 큰 호응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스웨덴에서도 2세 미만은 TV·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되면 안 되고 10대도 최대 3시간으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나섰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SNS가 청소년 사이에서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든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 성(性)범죄, 마약 범죄 등에 악용되자 교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프랑스는 이번 달부터 시작된 가을학기부터 중학교 200곳을 시범 선정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등교할 때 교사에게 스마트폰을 제출하고 하교할 때 돌려받는 것이다.


영국 등에서는 자녀에게 기본 기능만 있는 ''덤폰(멍청한 전화·Dumb phone)''을 사주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한다. 덤폰은 90년대 플립형 휴대폰 혹은 저성능 스마트폰이다. 전화·문자·기본 카메라 기능이 있고 제한된 웹 접속도 가능하다. 다만 마음대로 인터넷을 서핑하거나 SNS 앱을 다운로드할 수 없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놓고 이렇게 아이들에게만 철퇴를 가해도 되는가? 스마트 폰에 매달려 사는 게 어디 젊은이들 뿐인가? 늙은이들도 걔내들 뺨친다. 다만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을 뿐이다. 왜? 이미 귀에는 보청기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죽어라 고생하는 건 눈이다. 눈에 좋다는 영양제 루테인을 먹고 난리를 피우지만 스마트 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일상 때문에 눈의 잔혹사는 계속 될 것이다.


이참에 우리 어른사회에서도 스마트폰 자성론이 일어야 한다. 시대가 스마트폰 없이는 한시도 살수 없는 아주 묘한 세상으로 변하기는 했어도 자제력은 어른의 척도가 아니던가? 앉아서도 전화기, 서서도 전화기, 부엌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전화기, 운전하다가 잠시 스톱사인에 걸렸을 때도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또 전화기에 붙들려 사는 어른들을 보고 아이들은 무어라고 비웃어 줄까?


공공안전을 위해서라도 60세 이상이면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이 아니라 ‘덤폰’만 사용할 수 있게 규제하겠다고 나서면 아마 ‘노인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화와 문자만 주고받는 기본적인 기능이면 사실 만족 아닌가?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라고 구걸하는 유튜버들이나 팔로워 몇 백 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우리들의 금쪽같은 시간을 빼앗긴다면 허무하지도 않은가?


스마트폰에서 자유함을 누리는 고상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해 보자.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에 끌려 다니는 인생, 사실 저속하고 추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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