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용(하와이 아이에야 연합감리교회 목사)
성경은 한 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짧은 미니 시리즈가 아니라 무지 길고 복잡한 대하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내용은, 하나님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시는 내용입니다.
창세기는 천지창조로 시작합니다. 빛, 하늘과 땅, 해와 달과 별, 동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을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으며, 하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계획되었습니다.
하나님의 꿈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자녀들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 즉 ‘하나님의 가족’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담과 하와의 죄로 인해 하나님의 나라는 실패하고, 세상은 노아의 홍수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노아의 가족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십니다. 나중엔 노아의 후손들마저 타락했지만, 하나님은 다시 한번 아브라함을 선택하시고 그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꿈을 이어가고자 하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처럼, 바다의 모래알처럼 많은 자손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시고, 그를 ‘하나님 나라의 국민 제1호’로 부르십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시험,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
아브라함은 100세에 얻은 귀한 아들 이삭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험을 주십니다. 바로 그의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것입니다. 번제는 동물을 불에 태워 바치는 제사였기에, 사람을,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바치라는 명령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세 가지 질문을 가지게 됩니다.
1. 하나님은 왜 이삭을 바치라 하셨을까?
2. 아브라함은 왜 이삭을 죽이려 했을까?
3. 이삭은 왜 묵묵히 죽음을 받아들였을까?
1. 하나님의 시험: 그 이유는 축복입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바치라고 하신 것은 그를 시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시험’은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유혹 (Temptation): 이것은 마귀가 주는 시험으로,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받으셨던 시험처럼 우리를 넘어뜨리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2. 테스트 (Test): 이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시험으로,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시험처럼 우리를 믿음 안에서 성장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축복을 위한 것입니다.
3. 시련 (Trial): 하나님이 우리를 연단시키기 위해 주시는 시험입니다.
마귀가 주는 유혹은 나쁜 것이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테스트와 시련은 우리를 든든하게 세우기 위한 좋은 것입니다. 시험과 시련을 통해 학생은 실력이 성장하고, 신자는 믿음이 성장합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세우기 위해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내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네가 가장 사랑하는 것, 너의 우상인 이삭을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주셨다가 다시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목적은 아브라함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상’이 됩니다. 돈, 명예, 사람, 심지어 자식일지라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한다면 그것은 우상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하나님보다 이삭을 더 사랑하는 우상숭배에 빠지지 않도록, 하나님이 넘버원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이 시험을 주셨던 것입니다.
2. 아브라함의 믿음: 여호와이레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모리아 산까지 가는 사흘 동안 하나님의 명령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우리 같으면 “이건 말도 안 돼!”라고 거부했겠지만, 아브라함은 믿음으로 순종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 그리고 사랑을 믿었기에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도 순종할 수 있었습니다.
아들 이삭이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아브라함은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대답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어떻게 하실지 알 수 없었지만, 하나님은 선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분임을 믿었기에 그의 계획하심과 준비하심을 신뢰했습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이 처음부터 강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에는 가나안 땅에 기근이 들자 애굽으로 도망갔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아내를 바로 왕에게 바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지 못하고 하갈을 통해 이스마엘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연약했던 아브라함은 100세에 이삭을 얻는 경험을 통해 하나님께는 불가능이 없음을 깨닫고 믿음이 성장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수준에 맞게 시험을 주셨고, 아브라함은 시험을 통해 더욱 성장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감당할 수 있는 시험을 주시고, 그 시험을 통해 우리를 성장시키기를 원하십니다. 때로는 풀 수 없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믿음으로 도전하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0장 13절 말씀처럼 하나님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시험 당할 때에 피할 길을 내사 능히 감당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사도 바울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 같이 부르시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브라함은 죽은 자를 살리시고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부르시는 전능하신 하나님, 여호와이레 하나님을 믿었기에 순종할 수 있었습니다.
3. 이삭의 순종: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준 것입니다.
청년 이삭은 노인 아버지 아브라함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지만, 묵묵히 아버지의 칼을 받았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순종하는 이삭의 모습은 장차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수님도 십자가의 고난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빌립보서 2장 8절 말씀처럼, 예수님은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었습니다.
이삭이 순종했던 모리아 산은 후에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셨던 골고다 언덕이 있는 곳입니다. 이삭의 순종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순종을 예표하는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결론: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는 삶
오늘 우리는 창세기 22장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 아브라함의 마음, 그리고 이삭의 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시험하시고 축복하십니다. 하나님의 시험은 우리를 넘어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욱 성장시키고 축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을 믿고 순종했습니다. 우리도 아브라함처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의 약속을 붙잡아야 합니다. 이삭은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도 이삭처럼, 그리고 예수님처럼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을 믿고, 이삭처럼 순종함으로써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