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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1/08/25
뱀의 해? 이왕이면 뱀처럼 지혜롭게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뱀띠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정초가 되면 띠를 따지는 게 취미인가보다. 올해는 무슨 띠고 자네는 무슨 띠냐고 묻는다. 올해는 그냥 뱀띠가 아니고 푸른 뱀, 60년 만에 찾아 온 ‘청 뱀의 해’라고 한다.


띠를 따지는 12간지는 불교문화 탄생지인 인도에서 시작되었고 쥐, 소, 호랑이 등 12마리 동물들은 부처님을 호위하는 수호신에서 따왔다고 한다. 12마리 동물들을 순서대로 늘어놓고 올해는 무슨 띠, 내년은 무슨 띠 그러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12제자라면 몰라도 동물 12마리 하고 우리가 무슨 상관이 있어서 띠 타령이란 말인가?


한국방송이나 언론에서 청뱀의 해라고 난리법석을 떠는 게 무당의 푸닥거리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다. 사실 한국 언론은 지면에다 ‘오늘의 운세’까지 살펴봐 주는 무당 친화적인 짓을 즐기고 있기는 하다.


뱀 띠가 어쩌구 하지만 뱀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목회할 때 어느 집에 심방을 갔더니 유리어항에 떡하니 구렁이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닌가? 취미라고 했다. 아니, 취미가 없어서 뱀을 집에 키워?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심방 가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아서 꾹 참고 돌아온 추억이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뱀은 영원한 웬수다. 에덴동산에서 왜 뱀이 얼씬대가지고 하와를 유혹하고 아담까지 정신 못 차리고 그 선악과를 따먹었을까? 실낙원의 순간 뱀은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땅에 기어 다녀야 했고 인간과 영원한 원수가 되고 말았다. 수많은 동물가운데 창세기 3장부터 조기출현해서 인간의 운명을 파멸로 이끈 걸 보면 크기에 비해 대단한 동물이다.


기독교에서는 실낙원의 원인제공자로 찍혀서 배척의 대상이 되었고 악령과 통하는 교활한 동물이라 해서 악마의 사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동양에선 그렇지 않다. 비교적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신성시되기도 했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기도 했고 재산이나 보물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도적놈들이 신라시대 김수로왕 왕릉의 무덤을 파헤치려 하자 큰 구렁이가 나타나 접근금지를 외치며 무덤을 지켰다는 속설도 있다.


뱀을 숭배하는 전설은 농경문화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마야 유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여름이라 엄청 더웠지만 기를 쓰고 찾아간 곳이 바로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치첸잇사였다. 마야문명은 농경문화 위에 형성되었으니 당연히 풍요를 기원하는게 기본신앙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야문명에선 뱀이 숭배의 대상이었다.


마야유적의 대표사진으로 등장하는 24미터에 이르는 쿠굴칸 피라밋 정상에 오르는 계단 입구 양쪽에는 커다란 뱀 조각을 세워 놓았다. 거기다 뱀의 몸통으로 올라가는 돌난간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뱀의 꼬리로 피라밋 정상의 제단 들보를 꾸며 놓기도 했다. 완전 뱀 세상이었다.


수십 년 전에 방문했던 캄보디아 앙콜와트도 시커멓게 먹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사원이긴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거기도 뱀 세상이다. 사원 측면 입구에 일곱개의 머리를 가진 코브라 뱀 나가(NAGA)가 조각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벼농사를 지었던 크메르인들도 ‘나가’가 벼농사에 필요한 풀과 비옥한 땅을 선사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들도 뱀을 숭배한 민족이었다.


뱀을 숭배하거나 말거나,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뱀에게 절을 하던 말던 나하고 무슨 상관? 그렇게 뱀하고는 상관없는 척 살수도 있다.


그러나 하와에게 접근했던 간교한 뱀이 쉽게 우리에게서 멀어 지겠는가? 아파서 급하게 응급실로 끌려 갈 경우 앰블런스를 이용하는 게 순리다. 그 앰블러스에 뱀 그림이 붙어 있다. 뱀은 치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병원과 담을 쌓고 살 수 없다. 병원 문을 밀고 들어갈 때 마다 입구에는 지팡이를 칭칭 감고 있는 뱀을 만나야 한다. 군대생활 할 때 나는 ‘땅개’라고 저속하게 일컫는 보병이었다. 의과대학 근처도 가보지 못했으니 군의관이 무슨 군복을 입고 다니는지는 살피지 못했지만 군의관 휘장에도 뱀이 붙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세계 보건문제를 총괄하는 세계보건기구(WHO) 휘장에도 세계지도 한복판에 버티고 있는 게 바로 뱀이다.


아스클레피오스(Asclepi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이다. 고대인들은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에서 하루를 보내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신앙을 가졌다고 한다. 그의 상징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로 뱀 한마리가 또아리를 틀면서 지팡이를 기어오르는 모습이다.


여기서부터 기원이 되어 뱀은 치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까지 병원이나 약국 할 것 없이 사람의 병을 고치는 곳이라면 찰싹 달라 붙어 있는 뱀.


그러나 이러한 뱀을 놓고 예수님이 마태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교훈은 참으로 눈부시다.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첫째 아담은 뱀에게 속아 넘어갔지만 둘째 아담 예수 그리스도는 그 뱀에게서 지혜를 배우라고 말씀하신다. 뱀처럼 민감하고 신중하고 분별력이 있어야 된다는 말씀 아닌가?


어차피 뱀의 해를 맞이했다면 그 뱀처럼 지혜롭게 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집중하자. 호불호가 분명할지라도 뱀을 두고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지혜라고 말씀하셨으니 어리숙하게 마귀에게 걸려들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 영적으로 깨어 한해를 살아보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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