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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2/04/25
“내일 무덤에서 만납시다!”
이창민(LA연합감리교회 목사)

 

지난 월요일 오후, ‘감리교 신학대학 합창단’이 우리 교회를 찾았습니다. 1885년 한국에 온 첫 개신교 선교사 아펜젤러의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을 찾은 41명의 합창단은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뉴욕, 시카고 등에서 공연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LA를 찾았습니다. 긴 여정의 끝이었기에 피곤했을 텐데도 학생들의 눈에서는 빛이 났고, 젊음의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합창단원들은 교회에 짐을 내려놓고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을 방문하고 와서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의 부총장이신 이경식 목사님께서 대접하는 저녁 식사를 교회에서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본당으로 자리를 옮겨 교회의 역사를 소개하고 교회를 대표해서 환영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인사를 마치자, 합창단을 이끌고 오신 감신대 유경동 총장님께서 이민 교회의 어머니 교회에 왔으니,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자고 하면서 학생들을 찬양대 자리로 초대했습니다.

 


 감신대 합창단이 LA연합감리교회를 방문하여 찬양을 드린후 함께 기도하고 있다



합창단원이라고 해야 대학교 1~2학년이 대부분이라고 들었기에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모여 연습하고, 학교 채플에서 찬양대로 섬기는 아마추어 합창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즉흥 연주였기에, 그저 연습 삼아 하려니 생각했습니다. 자리를 잡은 학생들이 지휘자의 손끝을 주목할 때였습니다. 지휘자의 손이 움직이자, 소프라노의 고운 음성이 흘러나왔고 굵직한 남성들의 음성이 더해지면서 아름답게 울려 퍼지기 시작한 찬송은 18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사과나무이신 그리스도’라는 찬송이었습니다.

 

 

‘The tree of life my soul hath seen, Laden with fruit and always green; The trees of nature fruitless be, Compared with Christ the Apple Tree. (나의 영혼에 비친 생명의 나무, 늘 푸르고 풍성히 열매 맺는 나무; 세상 나무와 비교할 수 없는 사과나무이신 그리스도)’ 이 찬양의 가사처럼 늘 푸르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학생들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할 때 찬양이 끝났습니다.

 

 

잔잔한 목소리에 담긴 찬송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데 이번에는 피아노가 자진모리장단을 연주했습니다. 어깨춤을 들썩이게 하는 피아노 연주에 맞춰 힘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에헤~ 남문을 열고 파루를 치니 계명 산천이 밝아온다.” 이민자들에게 고국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한 ‘경복궁 타령’이었습니다. “에헤 - 에헤 에헤- 에 에이야아 얼럴럴 거리고 방아로다” 학생들은 후렴구를 부를 때에는 장단을 맞춰 덩실덩실 손을 흔들며 춤을 추었습니다.

 

 

그렇게 두 곡의 연주가 끝나자 아쉬움과 감사가 교차했습니다. 아쉬움은 학생들이 멀리서 와서 이렇게 귀한 찬송을 부르는데 듣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고, 감사는 그럼에도 학생들의 정성이 깃든 찬송과 노래를 하나님이 받으셨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수요일 저녁에는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감신대 합창단’ 공연에 참석했습니다. 기대 이상의 음악성과 재치까지 빛나는 수준 높은 무대에 큰 감동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일정 담당자가 이튿날 한국으로 가는 비행 일정이 연기되어 오후 늦게나 출발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갑자기 바뀐 일정에 난처해 하길래, 한국 선교의 문을 연 로버트 매클레이 선교사의 묘소가 인근에 있으니, 방문할 계획이 있으면 제가 안내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매클레이 선교사 묘소를 방문하기로 하고 ‘내일 무덤에서 만납시다!’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내일 무덤에서 만납시다!’ 약간은 어색한 인사지만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무덤에서 만날 사이기 때문입니다. 목요일 아침, 합창단과 함께 한인 타운 인근에 있는 매클레이 선교사 묘소를 찾았습니다. 합창단은 그 자리에서 한국 선교의 문을 연 매클레이 선교사님의 헌신을 기억하며 찬송을 불렀습니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이 늘 찬성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찬양에 담긴 가사는 이제 막 신학교에 입학해서 목회자의 소명을 확인하고 사역의 길을 떠날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다짐이었습니다. 그 결단과 함께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나가는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며 이 행사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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