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호 민병열(원로목사)
아버지! 당신은 누구십니까? 우리는 오늘, 조용히 묻습니다.
도대체 누구시길래, 말없이 묵묵히 땀 흘리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신, 그림자 같은 존재로 우리 곁을 지키셨나요?
아버지! 당신의 손엔 굳은살이 가득했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졌지만, 당신께서는 늘 ‘괜찮다‘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감추셨습니다. 온 가족의 삶의 무게를 떠안으시며 자신의 꿈을 뒤로하고 자녀의 꿈을 응원하셨던 조용한 희생의 주인공이셨습니다.
아버지! 당신은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묵묵히 손수레를 끄는 뒷모습으로 사랑을 보여 주셨죠.
아버지의 진한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 한 토막을 필자의 지인이 전해 줬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딸 이렇게 세 식구가 모처럼의 가족여행 중에 큰 교통사고가 났고, 어머니는 가벼운 찰과상이었지만 아버지와 딸은 중상이어서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딸은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음에도 평생 목발을 짚고 다녀야했습니다. 당시 사춘기였던 딸은 무엇보다도 마음의 상처가 깊었습니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체육활동 시간에도 딸은 조용히 그늘에서 그들을 구경만 했습니다.
그나마 같은 목발 신세인 아버지가 딸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도 지난 교통사고 이후 목발을 짚어야 하셨던 것입니다. 딸이 투정을 부려도 그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아버지가 나서서 말없이 받아주었습니다. 딸은 힘들고 어려웠던 사춘기를 잘 넘기고 대학에 입학하였고 그 입학식에 아버지도 함께 참석하셨습니다.
어느 날 세 식구가 길을 가고 있었는데, 마침 그 앞에서 작은 꼬마 아이가 공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이 큰길로 굴러가자 꼬마는 공을 주우려고 좌우도 살피지 않고 자동차가 오고 있는 큰 길로 뛰어 들었습니다.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버지가 목발을 내던지고 큰 길로 뛰어들어 꼬마를 안고 길 건너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딸은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가 딸을 꼬옥 안아주며 딸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얘야, 이제야 말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사실은 너의 아버지는 다리가 전혀 아프지 않으시단다. 퇴원 후에 다 나았거든. 그런데 네가 목발을 짚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신 후 아버지도 목발을 짚겠다고 자청하셨단다. ‘너의 아픔을 같이 해야 된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이것은 아빠 회사 직원들은 물론 우리 친척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란다. 오직 나와 아버지만이 아는 비밀이야.”
딸은 길 건너에서 손을 흔드시며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오랜시간 자신을 위해 말없이 가슴에 품었던 아버지의 진한 사랑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자(아버지)의 인생에는 세 갈래의 길이 있다고 하지요? 하나는, 처자를 위한 굳건한 ‘가장의 길’이요, 또 하나는 ‘사회적 지위의 상승과 성공의 길’이고, 다른 또 하나는 언제나 혼자일 수 있는 ‘자유의 길’이라고 한답니다.
아버지! 당신은 강인하셨지만, 그 속에는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눈빛보다는 책임으로 자녀들에게 삶과 믿음의 본이 되어 주셨습니다.
자녀의 웃음에 눈물겹게 행복해 하시고, 아주 작은 성공에도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셨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큰 사랑을 주신 분이셨습니다. 어릴 땐 멀게만 느껴졌던 그 무뚝뚝함이 사실은 누구보다 깊고 넓은 사랑이었음을, 늘 자신보다 가정과 자녀의 안녕을 먼저 생각하시며 고요한 등불처럼 밤을 지키시던 그 모습, 세월이 흐르고 나서 이제야 깨닫습니다.
어느 유행가에 나오는 ‘하얀 머리 뽑아 달라며 한 개 백원이라던 그 시절 다 지나가고 이젠 흰 눈만 남았네‘라는 가사처럼, 당신에게는 오직 사랑과 희생의 흔적만 남으셨군요.
아버지! 당신은 우리 가정의 믿음의 버팀목이셨습니다. 당신은 단지 한 집의 가장만이 아니셨습니다. 당신은 한 시대를 지탱해온 살아있는 역사이셨고, 말없는 사랑의 화신이셨습니다.
또 다른 이름 ’저의 영웅’이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여!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자녀들아, 네 아버지의 교훈을 귀담아 듣고, 네 어머니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말아라. 그들의 교훈은 네 머리의 화관과 네 목의 금사슬과도 같은 것이다‘(잠언 1:8,9). 아멘.
Happy Father’s Day!! God bless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