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수(목사, 남가주밀알선교단 홍보/영성문화사역팀장)
현재 각 가장마다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물건이 있다면 바로 ‘라우터(인터넷 공유기)’일 것이다. 라우터는 외부로부터 인터넷 정보를 받아 가정 내 각종 전자기기에 배분해주는 제품으로, 요즘은 컴퓨터,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구까지 라우터에 연결되어 집안 전체가 하나의 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집만 해도 20개가 넘는 전자기기들이 라우터에 물려 있다. 이런 라우터의 기능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의 역할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라우터가 전자기기들에 인터넷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스스로가 정보를 만들어 내진 못한다. 라우터는 케이블모뎀을 통해 Internet Service Provider(ISP)로부터 제공받은 인터넷 정보를 유선이나 무선 와이파이를 이용해 전자기기들에 배분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교회 목사들도 말씀을 선포하지만 목사 자신이 말씀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말씀을 받아 성도들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할 뿐이다. 라우터가 외부로부터 받은 인터넷 정보를 가감없이 그대로 기기들에 배분하듯이, 목사들도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시대 상황이나 성도들의 형편에 따라 융통성 있게 해석할 수는 있어도 목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의적으로 변형하거나 왜곡할 수는 없다.
또 라우터가 그에 연결된 모든 기기들에 인터넷 정보를 똑같이, 일정하게 배분하는 것처럼 목사들 역시 자신이 담당한 성도들을 어떤 차별이나 편견없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물론 성도가 처한 상황에 따라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대상은 있을 수 있지만, 목사의 주관적이고 인간적인 감정에 따라 성도들 사이에 호불호나 친소 관계를 형성해서는 안 될 것이다.
25년 전 무선 라우터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는 Wifi가 미치는 거리도 매우 짧았고 많은 기기들을 커버하지도 못했으며, 중간에 장애물이 있으면 인터넷이 끊기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Wifi-7으로까지 전송기술이 대폭 진화되어 라우터에 아무리 많은 기기가 연결되고 거리가 멀어도 인터넷이 끊기는 일이 거의 없고 속도도 무척 빠르다.
마찬가지로 목사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물론 기도도 많이 해야 하지만, 스스로 더 많은 실력과 역량을 쌓는 등 인간적인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16, 17세기 지리상의 발견 당시 중국이나 일본에 파견된 ‘마태오 리치’, ‘아담 샬’ 등의 ‘예수회’ 선교사들이 선교 대상인 지식인 층의 마음을 사기 위해 신학 뿐 아니라 수학, 물리, 천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열심히 연구한 것처럼, 오늘날의 목회자들 역시 날로 기독교에 적대적으로 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복음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는 세상의 여러 학문과 문화를 습득하고 자신을 항상 업그레이드하는 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라우터를 사용하는 데 있어 한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라우터는 한 시도 쉬지 못한 채 늘 작동되어야 하는 기계이고, 특히 집안 한쪽 구석에만 위치해 있어 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스위치가 항상 켜져 있어 온도가 따뜻하다 보니 내부에 바퀴벌레 등 각종 곤충들이 서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라우터를 무작정 방치해두지 말고 가끔씩 청소해주며 2~3년에 한번 씩은 새 것으로 교제해주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목사들도 어느 정도 교회가 부흥되고 사역과 생활이 안정되면 세상적인 유혹과 시험이 들어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나 이상한 생각, 행동을 할 수 있으니 항상 깨어 기도하며 근신,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라우터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면 컴퓨터, 핸드폰 등 그 많은 전자기기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생활에 엄청난 불편함을 초래하듯이,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공급받자 못한다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며 구원과 영생에 절대 도달할 수 없다. 나 역시 비록 여러가지로 부족하고 연약한 존재지만,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고 선포하는 목사의 직분을 받았음을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더욱 충성하고 헌신하는 삶과 사역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끼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