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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弔詩] 갑자기 세상을 떠난 친구를 추모하며
 석정희(시인)
해가 중천인 한 낮
갑자기 큰 그늘이 우리를 덮쳤습니다
아침에 정성 들여 빨아 넌
흰 빨래 마르기도 전
소나기 쏟아졌습니다
괴로워하지 말자고 슬퍼하지 말자고
기억해 내는 가슴 메이어
흙의 속살 뚫고 나오는
아픔이 큰 나무 되어 바람을 맞습니다
바람은 이 세상 끝까지 갔다 오는 것이지만
눈 녹듯 스며진 님은
이제 세상 어디서도 만날 수 없습니다
이슬이듯 풀잎에 맺혔던 날이 갑니다
이슬 먹은 풀잎 꽃을 피우듯
님이 가신 뜻 피어나는 꿈
남기고 가십시오
꽃 향기 하늘 채운 뒤 꽃잎이 지고
그 자리에 열매를 봅니다
갑자기 큰 그늘에 잠겨 가신 친구여
이제 세상 그늘 벗으시고
하늘 양지에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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