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기념식은 평화의 축제가 아니라 공포의 무기 전시장처럼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시진핑, 김정은, 이른바 지구촌 ‘독재자 3인방’이 나란히 자리하며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드론, 최신 전차들이 행진하는 장면은 인류를 향한 무언의 협박이었다. 이들은 마치 역사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독재자들의 우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장면 뒤에 가려진 것은 피로 얼룩진 전쟁 피해자들의 죽음이고 정적들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이었다.
그런데 푸틴과 시진핑이 단 둘이만 주고받은 은밀한 대화가 새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핫 마이크(hot mic)로 포착되었다는 이들의 대화는 다른 20여개국 정상과 천안문 망루로 걸어가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핫 마이크란 유명인사들이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가 켜 져 있는 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나눈 대화가 공개되는 되는 걸 뜻하는 말이다.
푸틴은 시진핑에게 “생명공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장기는 계속해서 이식될 수 있으며, 심지어 불멸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시진핑은 “일각에서는 이번 세기 안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시진핑은 1953년생, 푸틴은 1952년생이니 모두 70대다. 독재권력의 꿀맛에 취해 있으니 불멸이란 이슈는 이들에게 얼마나 간절하겠는가? 인류에게 저지른 잔인한 죄질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국제사법재판소에 넘겨져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한 독재자들이 감히 불멸을 입에 담고 있다니!
푸틴은 2000년 집권 이후 25년째 러시아를 움켜쥐고 있다. 그가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만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은 지금까지 확인된 민간인 사망자를 1만 4천여 명으로 집계했고, 군인 희생은 양측을 합쳐 최소 20만 명을 넘어선다는 분석도 있다. ‘차르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의 불멸의 욕망은 수많은 생명을 제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2012년 이후 13년째 권좌에 있다. 그는 임기 제한을 없애며 사실상 종신 권력을 확보했다. 중국이 빼앗은 티베트에서는 1950년 합병 이후 약 1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망명정부의 통계가 있다. 지금도 인권탄압 사각지대로 지목받고 있는 신장 지역에서는 최대 200만 명이 수용소에 갇혀 고문과 강제노동을 겪고 있다는 국제 보고가 이어진다. 시진핑이 과학의 도움으로 15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호언했다는 이야기는, 그 긴 세월 동안 억압받는 이들의 신음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를 떠올리게 한다.
김정은이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13년째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동안,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과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통받고 있다. 수십만 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했다는 추산도 있지만, 폐쇄적인 체제 탓에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는다. 김정은에게 불로장생이란, 단지 가문의 세습 독재를 무한히 연장하려는 환상일 뿐이다.
푸틴은 장기 이식을 통해 권력을 붙들려 하고, 시진핑은 과학으로 수명을 늘리려는 꿈을 꾼다. 김정은은 세습이라는 불멸의 방식을 신봉하고 있다. 12살짜리 딸을 데리고 다니며 후계자 수업 중이라고? 정말 ‘세계 토픽’감이다. 그러나 이들의 불로장생은 인류를 위한 축복이 아니라 타인의 죽음을 먹고 자라는 독재의 연명술일 뿐이다.
보라!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호령하던 황제의 종말은 어찌되었는가? 권력을 총동원하여 영생의 길을 찾아 헤매던 중국 진시황은 결국 약물중독에 빠져 지금으로 따지면 청춘의 나이, 50세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지금 인류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탱크와 미사일을 앞세워 평화를 파괴하는 자들이 아니다. 불로장생은 총칼로 권력을 연장하는 자들의 상급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오히려 인류가 기다리는 지도자는,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보다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이다. 독재자들의 달콤한 꿈이 인류의 악몽이 되지 않도록, 역사는 이들을 심판할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