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준(하와이 그리스도 교회 목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나쁜 마음에 나 자신을 내어 주지 마라. 그것은 내 영혼을 갉아먹고 결국 나를 잃게 한다.” 그는 로마 황제로서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인간의 내면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외부의 소음보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참된 승리라고 그는 고백하였습니다.
성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같은 진리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잠언 4장 23절은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라” 말씀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단순히 감정의 자리가 아니라 영혼의 안식처입니다. 삶이 지쳐 쉴 수 있는 자리, 상처 입은 영혼이 회복되는 자리, 그리고 하나님을 만나는 은밀한 자리가 바로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나쁜 생각과 어두운 감정에 내어 주게 되면, 안식처는 무너지고 영혼은 불안과 공허에 시달리게 됩니다.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평정심(ataraxia)’은 철학적 개념이지만, 성경은 그것을 “하나님의 평강”이라고 부릅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4장 7절에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평강”을 말씀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차분함이나 무감각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쉼과 보호를 뜻합니다. 세상이 요동치고 상황이 흔들려도, 마음과 영혼이 하나님께 뿌리를 내릴 때 흔들리지 않는 평강이 깃듭니다.
우리의 일상은 끊임없이 마음을 빼앗으려는 유혹으로 가득합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분노를 일으키고, 원치 않는 상황이 불평을 불러오며, 비교와 시기가 평화를 흔듭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내 마음을 어디에 내어주고 있는가?” “내 영혼의 안식처를 나쁜 마음에 맡기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께 맡기고 있는가?”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서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마태복음 5: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청결한 마음은 단순히 죄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께 전적으로 마음을 내어드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것은 곧 영혼의 안식처를 하나님께 고정하고, 하나님께 뿌리를 내린 삶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12장에서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권면하였습니다. 이는 마음을 나쁜 것에 내어주지 않고, 하나님의 선하신 뜻에 내어드리라는 초대입니다. 나쁜 마음은 영혼을 조금씩 갉아먹지만, 하나님의 선은 우리의 마음을 지켜내고 새롭게 합니다.
아우렐리우스의 문장을 성경적 언어로 다시 바꾼다면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쁜 마음에 나를 내어주지 마십시오. 오직 하나님께 마음을 내어드리십시오. 그분은 영혼의 안식처가 되시고, 평강으로 지켜 주시며, 끝내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결단입니다. 흔들리고 요동치는 세상 속에서도 마음을 지키고, 영혼의 안식처를 하나님께 두며, 평강에 뿌리내리는 삶, 거기에서 우리는 참된 자유와 안식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