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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11/07/25
사랑하는 어머니를 천국으로 보내 드리고…
안정섭(LA 연합감리교회 목사)

 

한국에서 새벽녘에 전화가 오면 그것은 십중팔구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주일 새벽 3시 30분, 한국에 있는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가 임종하실 것 같으니 기도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소천하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께서 오래 아프셨기에 늘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소식은 참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때부터 비행기표를 사고, 해야 할 일을 준비하고, 주일을 맞아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성찬식도 거행했습니다. 교인분들께서 함께 위로해 주시는 그 마음과 말씀들 한마디 한마디가 그렇게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주일이라서 교인분들의 얼굴을 직접 뵙고 소식을 나눌 수 있었던 게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이 될 만큼 위로를 받았습니다. 


주일 밤 비행기를 타고 화요일 새벽 한국에 도착을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인천 기독병원 장례식장으로 가는 시간동안 참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실제로 보게 될 생각을 하니 정말 이상했습니다.


LA에 사는 저는 용케 새벽에 도착을 했지만, 시카고에 살고 있는 형은 밤이나 되어야 도착할 수 있기에, 장례는 4일장이 되었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이미 하루 동안의 예배와 조문이 지나가고 두번째 날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인천 만석감리교회를 31년 담임하시고 은퇴하셨는데, 만석교회 담임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최선을 다해 돕고 계셨습니다. 담임 목사님은 인도 선교 차 방콕에서 비행기 연결편을 기다리던 중 소식을 듣고 다시 비행기편을 바꾸어 5시간 반을 날아와 모든 일정을 진행하고 계셨습니다. 모두 다섯 번의 예배를 드리는 동안 많은 만석교회 성도님들이 찾아와 주시고 자리를 지켜 주시고 일을 도와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사모로 계시던 당시 유치원 생이었다던 성도들까지 찾아와서 조문을 하는 모습을 보며 참 고마웠습니다. 아버지께서 이미 은퇴하신 지 23년이 지났는데도, 교인분들이 아버지를 영적인 아버지로 여겨 주시고 사모님을 먼저 보낸 연로한 목사님의 건강을 걱정하시는 모습들이 눈물 나게 감사했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같이 신앙 생활하던 교회 친구들은 4일동안 매일 찾아와 이모저모로 도와주었습니다. 50여년 전 어린 아이일때부터 만나 미국으로 오기 전까지 신앙 생활을 같이 했던 교회 친구들은 지금은 몇 년에 한 번 얼굴을 볼 수 밖에 없는데도, 여전히 너무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친구들은 대부분 여전히 만석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그 친구들 앞에서는 목사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그저 친구인 것이 너무 감사하고 편안했습니다. 부모님을 먼저 보냈거나,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심지어 자식을 앞세운 친구들도 있는데, 그 친구들이 그런 인생의 아픔을 지나고 견디는 동안 옆에 있어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또 연세대학교 신학과 87학번 친구 하나가 단체 카톡 방에 소식을 올렸더니, 갑작스러운 연락에도 9명의 친구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미국에서 사는 29년간 한번도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얼굴을 못 알아보자, 제 어깨를 치면서 “나, 네 대학 동기야”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의 대소사를 한번도 도와주지 못했는데, 어쩜 저렇게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와서 함께 위로해 주고 마음을 나눠줄까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한 친구는 동부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얼마전에 한국에서 소천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본인 여권이 만료된 것을 모르고 있다가 결국 어머니 장례식에도 참석을 못 하고 몇 주가 지나 어머니 무덤만 찾아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 이틀 후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도, 먼 길을 찾아와 주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가장 연약할 때, 그 연약함 속에 다가와 함께 해주고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그 마음이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야 할 신앙인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 있는 아들들을 대신해서 아들을 자처하며 새벽의 임종 때부터 달려와 함께 해 주신 목사님께도 감사하고,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누나를 대신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일을 다 살펴 주신 권사님들께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연로하신 아버지가 행여 쓰러지시지는 않을까 세밀하게 살피고 돌보아 주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은혜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고 또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아픔에 얼마나 깊이 동참하고 얼마나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며 위로했던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를 먼저 보내 드린 이 경험 이후, 나는 한 성도로서, 목사로서, 다른 사람의 아픔에 더 진실하고 깊이 있게 동참하고자 결단했습니다.

 

어머니의 발인 날은 하늘도 맑고 날씨도 따뜻해서 오랜 시간 밖에서 예배 드리고 하관을 하는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천국 환송의 처음부터 끝까지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세밀하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제 인생을 돌아보면서 가장 감사한 은혜 가운데 하나는 좋은 믿음의 부모님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는 하루에 서 너 시간을 기도하시는 분으로, 은퇴 하신지 그토록 오래된 지금도 200명이 넘는 성도님들의 이름을 불러가면서 매일 기도하십니다. 아버지께서 제게도 늘 당부하시는 말씀은, 복음만을 전하라는 것과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가난한 인천의 만석동에서 아버지가 목회를 하시는 동안, 수없이 많은 성도님들의 삶을 돌보고 도와주셨습니다. 만석동은 가난한 피난민들이 정착해서 힘겹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모인 지역이라 교회의 사정도 늘 어렵기만 했습니다.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든 성도님들을 돕고 어려운 교회를 살피는 모든 궂은 일을 어머니는 기도와 찬송으로 잘 견뎌 내셨습니다.    

 

1녀 2남 중 막내 아들인 저는 어렸을 때 참 개구장이어서 어머니 속을 많이 썩였다고 합니다. 다리가 부러져서 기부스를 한 저를 한 달이나 업고 학교에 등하교를 시켜 주시기도 했고, 자전거에 치여서 피가 멈추지 않아 다리를 잘라야 한다고 하자 며칠 동안 입원실 침대 옆에서 눈물로 기도하시기도 했고, 친구의 썰매를 빼앗은 사람에게 항의하다가 맞아서 코뼈가 휜 저를 데리고 병원으로 뛰어 가시기도 했었습니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어머니는 제가 빨리 크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항상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너를 키우는 동안 하나님께서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수없이 경험했다, 너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하나님께서 널 돌보신다.”

 

또, 하나님을 향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믿음도 감사하지만, 두 분이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사랑하셨다는 것도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아버지는, 8년여 동안 치매와 고관절 골절로 거의 누워만 지내신 어머니를 극진히 돌보셨고, 매일 이마를 맞대고 사랑한다고, 당신은 정말 아름답다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말씀도 잘 못하시고 나중에는 기억도 의식도 잘 없으셨던 어머니가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임종의 시간에도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마 위에 손을 얹고 안수하시며 “여보 내가 당신을 정말 사랑해”라고 말씀하시고 간절히 축복하시니, 힘겹게 마지막 숨을 쉬시던 어머니의 얼굴 색이 바뀌며 어린아이가 잠을 자듯 그렇게 편안해 하시고 4분이 지난 후 너무나 평안하게 숨을 거두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조문 온 성도님들을 향해, 성도의 이웃 사랑의 첫번째는 배우자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성도의 삶의 가장 중요한 계명일진대, 이웃을 사랑한다 하면서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거나 소홀히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진실한 믿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참된 존중과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하신 부모님을 제게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마음이 힘들고 슬픈 저를 위로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와 저희 가정을 위해 오래동안 기도해주신 믿음의 동역자 분들께도 늘 감사드립니다. 

 

엄마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던 순간,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건넸습니다.

“엄마, 나 막내 정섭이, 엄마 너무 사랑했고 정말 고마워.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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