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필자(맨 왼쪽)가 10여년전 뉴욕 단풍 구경을 갔을 때 함께 찍은 사진. 오른쪽부터 고 정용치 목사, 정소영 목사, 김중언 목사. 김중언 목사만 41년생이고 나머지는 모두 42년생으로 동갑내기다
바라던 천국 올라가 하나님 전에 뵈올 때
구주의 의를 힘입어 어엿이 앞에 서리라.
정 목사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생전에는 이렇게 불러보지 못했지만, 이제야 불러봅니다. “사랑하는 형님!”
비록 세상에 온 햇수로는 동년배 친구이지만 천국입성은 먼저 하였으니 영적인 형님이 되셨고, 당신의 영성과 지성의 성숙에 비해 매우 미숙한 제가 감히 형님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형님의 남긴 저서의 표제와 전화기 화면에 적힌 “그 분 앞에 설 때”라는 말 대로 평소의 삶을 코람데오로 살았고, 그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가족과 문병자들을 향한 감사와 사랑과 믿음의 당부 등, 마지막 모습이 “그 분 앞에 설 때” 부끄럽지 않은, 조금도 흔들림 없는 믿음의 모습이어서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나의 마지막 모습도 형님을 닮아 그와 같기를 소원합니다.
형님은 명 설교가로 내가 만난 설교가 중에 으뜸이었습니다. 책을 밥보다 가까이했던 지성과, 첫 목회지에서 한 눈을 잃고, 다 큰 자식 영광이를 앞서 보내고, 사선을 넘나들던 투병중에 경험했던 신앙체험의 영성으로, 거기에 금상첨화로 경상도 억양 특유의 간절함이 배어나는, 호소력 있는 설교는 많은 영혼을 울리고 감동시키고 변화시켰지요.

정용치 목사는 뉴멕시코 앨버커기감리교회의 초대 담임목사를 지냈다. 지난 2016년 9월 교회 창립34주년을 맞아 정 목사 부부를 초청한 가운데 창립기념감사예배를 드리고 기념촬영을 했다. 앞줄 중앙이 정용치 목사 부부[사진출처=교회 홈페이지]
형님의 말씀을 통하여 변화 받은 분들이 부지기수이지요. 어느 목사는 40여권의 저술을 할 정도로 유능하여 자기의 지략으로 메마른 목회를 하던 분이 형님을 만나고 난 후 변화되어 성령충만한 목회자로 변신한 분도 있지요.
또 어떤 분은 교인들의 그릇된 삶을 보고 실망하여 복음을 거부하던 불신자였는데, 형님의 설교말씀을 듣고 변화되어 신실한 신앙인으로 새인생을 시작한 분도 있지요. 그분이 형님의 소천소식을 듣고, 자신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 목사님의 마지막 모습을 뵙겠다고 하와이에서 당장 비행기로 날아오셨지요.
시인 Emily Dickinson의 묘비에는 “Called Back” (하나님께 불려갔다) 라고 적혀있다지요. 그렇습니다. 형님은 하늘로 불려 가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형님은 우리 하늘 아버지 품에 안기셨음을 믿으며 위로 받습니다.

지난 2023년 9월 LA에서 열린 감신동문의 날 리유니온 행사에서 정용치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미국 남서부 나바호 족 간에 이런 말이 있다지요.
1) 사람이 태어날 때는: 본인은 울고, 주위 사람들은 기뻐한다.
2) 그런데 사람이 죽을 때는: 주위 사람들은 울고, 본인은 천국에서 기뻐한다.
그래요. 형님은 천국에서 웃으시는 그 시간, 유가족과 저희 교회 성도들이 많이 울었습니다. 왜 울었는지 아세요? 우리가 슬퍼하는 이유는 당신에게 갚지 못한 은혜의 빚, 사랑의 빚 때문입니다. 우리가 장차 천국에 가면 그 빚 갚을 기회를 주십사고 아버지께 기도하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존경하는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이 천국에 많이 가 있으니, 나도 어서 그 분들이 있는 천국에 가고 싶다” 하시던 선배 목사님의 말씀에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거기서 형님을 만나 다정한 이야기들, 실수했던 이야기들, 보람 있던 이야기들, 마음 아팠던 이야기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회복되었던 이야기들, 예수님 때문에 만난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머잖아 만날 날을 기약하며 그때까지 형님을 그리워하겠습니다.
“천국에서 만나보자 그날 아침 거기서
기다리던 형님을 그 문에서 만날 때
참 즐거운 우리 만남 그 얼마나 기쁘랴!”
사랑에 빚 진자 아우 이은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