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수 목사(남가주밀알 영성문화사역팀장)
세계적인 기독교 학자이자 명망 있는 작가인 ‘필립 얀시’가 지난 8년간의 ‘외도’ 사실을 고백하며 모든 사역에서 은퇴를 선언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는 신실한 복음주의 신앙인이면서도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과 정의, 평화의 실현, 그리고 개인의 윤리를 강조해 온 인물이었기에, 내가 참으로 좋아하고 존경해 마지않던 분이었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던 또 한 명의 영적 거장이 실족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었지만, 실망이나 비판의 마음 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그리고 ‘과연 나는 어떠한가’ 하며 나 자신의 삶을 겸허히 돌아보게 된다.
목회자나 일반 성도를 막론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본인의 부단한 노력으로 일정한 위치에 오르고 명성을 떨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매너리즘에 빠지고 교만한 마음이 고개를 들기 쉽다. ‘이만하면 할 만큼 했다’는 자만심은 주변 환경을 하찮게 여기게 만들고, 결국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쁜 유혹의 손길에 응하게 만든다. 그 유혹을 즉시 끊어내지 못하고 방치하면 점점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 나중에는 탈출하고 싶어도 탈출하지 못한 채 파멸의 길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죄를 한두 번 저질렀을 때는 죄의식이 크게 일어 얼른 회개하게 된다. 그러나 회개 이후에도 같은 죄를 반복한다면 마음이 강퍅해져 더 이상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악행은 반복될수록 대담해지고 그 정도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목회자가 어떻게 죄를 지으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하지만 이미 죄의식이 마비되고 양심에 화인을 맞은 상태에서는, 죄와 하나님의 사역이라는 서로 모순된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아무런 가책을 받지 않게 된다. 죄는 죄 대로 지으면서 목회와 설교는 능숙하게 해내는 기막히면서도 비극적인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그러므로 내 마음속에 아직 죄의식이 살아있을 때, 죄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돌아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죄가 만천하에 드러나 큰 수치와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또한, 숨겨진 죄가 드러날 때는 내가 알지 못하거나 상관없는 일들까지 연쇄적으로 뻥뻥 터져 나와 삶이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가 저지른 죄를 몇 번이고 용서하시며 눈감아 주신다. 하지만 같은 죄를 반복하며 진정한 회개마저 사라진다면, 결국 엄중한 심판을 통해 우리를 정신 차리게 하신다.
“미국 크리스천들의 진정한 도전은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적대적인 세상 속에서 진실된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는 필립 얀시 본인의 말처럼,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 속에서 기독교가 영원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길은 명백하다. 기독교회에 속한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스도 예수를 구주로 따르는 우리 한 명 한 명이 죄에서 해방되어 순전하고 정직한 삶을 살며, 언제 어디서든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하는 것뿐이다. 코람 데오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