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재식(캐나다 거주 세계순회의료복음선교사)
열대 선교지의 오후는 잔인할 만큼 뜨거웠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불볕을 견디며 길을 걷다, 빗자루를 든 한 중년 남자를 만났다. 그는 길 위의 먼지와 쓰레기를 걷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단순히 길을 치우는 게 아니라, 마치 결벽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작은 부스러기 하나까지 집요하게 뒤쫓고 있었다. 그의 굽은 등 위로 땀방울이 비 오듯 흘렀다. 빗자루를 쥔 투박한 손등엔 굳은살이 깊게 박여 있었고, 그 표정엔 평안보다 고단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끝이 나지 않는 노동 앞에 선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내 안의 어떤 갈증이 건드려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슬며시 말을 건넸다.
“날이 참 뜨겁지요. 동네 길을 깨끗하게 하시느라 정말 애쓰십니다.”
그는 빗자루질을 잠시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보았다.
“매일 쓸어도 끝이 없네요. 돌아서면 먼지고, 눈 감았다 뜨면 쓰레기니까요.”
그의 자조 섞인 대답이 내 심장을 툭 건드렸다. 그것은 비단 그가 쓸고 있는 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 마음도 그랬다. 닦아내고 비워내도 어느새 다시 쌓여버리는 죄의 먼지들, 사역의 보람 뒤에 숨어드는 이름 모를 피로감들….
나는 그에게,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사실 저도 마음의 길을 닦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빗자루를 휘둘러도 제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예수님이라는 분을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우리 마음의 더러운 것들을 ‘단번에’ 씻어 주시거든요. 매일 쓸어야 깨끗해지는 이 길과는 달리, 그분의 사랑은 한 번에 우리를 온전하게 하시고 그 깨끗함을 끝까지 지켜 주십니다.”
그는 빗자루에 몸을 기댄 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길은 매일 쓸어야만 하는데, 마음은 한 번에 청소가 된다고요? 정말 다시 청소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까?”
나는 그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리의 노력은 매번 실패하지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영원하니까요.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분의 피는 우리가 평생 휘둘러야 할 빗자루보다 훨씬 힘이 셉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오히려 내 마음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복음은 내가 누군가에게 가르쳐야 할 이론이 아니라, 지친 내가 매 순간 매달려야 할 생명줄이었다. 빗자루가 닿지 못하는 마음의 깊은 구석까지, 내 힘으로는 도저히 털어낼 수 없던 죄의 흔적들을 하나님께서는 이미 단번에 닦아주셨다는 사실이 새삼 눈물겹게 다가왔다.
길을 청소하는 그의 투박한 손을 보며 기도했다. 그가 오늘 이 복음을 만나, 매일의 고단한 빗자루질 너머에 있는 참된 쉼을 누리게 되기를. 그리고 나 또한 사역이라는 빗자루를 들고 내 의로움을 증명하려 애쓰는 삶이 아니라, 이미 깨끗하게 하신 주님의 은혜 안에서 그저 감사하며 걷는 삶이 되기를.
선교지의 불볕은 여전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아까보다 가벼웠다. 복음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능력이다. 그 영원한 은혜를 붙들고, 나는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이 뜨거운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