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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3/17/26
집은 최후의 보루, 기후위기 시대의 주거권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2023년 여름, 서울의 한 쪽방에서 70대 노인이 폭염 속에 홀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기요금이 두려워 선풍기조차 켜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같은 해 겨울, 반지하 주택에서 난방비를 아끼다 한파를 넘기지 못한 채 발견된 중년 남성의 사연도 있었다. 집은 쉼과 안식의 자리여야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더위와 추위는 모두에게 오지만,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조건은 같지 않다. 에너지의 격차는 곧 주거의 격차이며, 결국 생명의 격차로 이어진다. 한국에는 약 200만 가구의 에너지 빈곤층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득의 10% 이상을 냉난방비로 지출하거나, 겨울철 실내온도 18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가구들이다. 특히 단열이 취약한 노후 주택, 쪽방, 고시원, 반지하 주택은 여름에는 찜통, 겨울에는 냉동고가 된다.

 

질병관리 통계는 이 현실을 더 선명하게 보여 준다. 온열 질환과 한랭 질환 사망자는 주로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에서 집중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의 결과다. 집이 안전하지 않다면, 그 사회는 이미 정의롭지 않은 사회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실질적 대안은 분명하다. 노후 주택의 단열을 보강하고, 창호를 교체하며, 고효율 보일러와 냉방설비를 설치하는 그린 리모델링을 확대해야 한다. 여러 지자체 사례에서 냉난방비가 30~40% 절감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이는 저소득 가구에 연간 수십만 원의 실질 소득 증가와 같다. 동시에 지역의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사업에 참여하면, 에너지 진단과 시공 분야의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기후대응과 복지, 지역경제가 만나는 지점이다.

 

중장기 사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폭염과 한파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계절이 시작되기 전 취약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냉난방기를 지원하고,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긴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네 단위로 에너지 취약지도를 구축하고, 교회와 복지관, 주민센터가 협력해 기후 안심 쉼터를 운영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성경은 “집 없는 빈민을 네 집에 들이라”(사 58:7)고 권면한다. 또한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마 25:40)이라 말씀하셨다. 기후위기 시대에 주거권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정책 과제가 아니라 신앙의 실천이다. 누군가의 방 안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게 하는 일은 그리스도의 몸을 돌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우리 주변의 에너지 취약가구를 살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회 건물을 폭염과 한파 시기 쉼터로 개방하고, 집수리 모금이나 자원봉사를 조직할 수 있다. 지역 행정과 협력해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후원하고, 성도 중 관련 전문 인력을 연결하는 일도 가능하다. 작은 교회라도 한 가정의 냉난방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동참할 수 있다.


주거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안전한 집에서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살아갈 권리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권과 맞닿아 있다. 기후 정의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가장 약한 이웃의 방 한 칸을 따뜻하게, 또 시원하게 만드는 일에서 시작하는 과제다. 우리가 이 책임을 외면하지 않을 때, 교회는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당당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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