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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4/01/26
비로소 처음 알게 될 ‘언약의 식탁’
주재식(캐나다 거주 세계순회의료복음선교사)

 

선교지의 밤은 유난히 깊습니다. 낮 동안의 분주함이 잦아든 적막 속에서, 문득 먼저 떠나 보낸 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된 이름들을 하나하나 마음으로 불러봅니다. 시간은 덧없이 흘렀어도 이별의 자리는 여전히 현재형의 그리움으로 남아 있음을 느낍니다.

 

그리움은 필연적으로 기억을 불러오고, 기억은 늘 아픈 질문을 동반합니다. ‘왜 그렇게 갑작스러웠는지’, ‘왜 더 오래 곁에 두지 못했는지’, ‘왜 끝내 그 말 한마디를 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뒤늦은 물음들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의 그리움이 머물러야 할 자리를 인간의 감정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으로 안내합니다. 주님께서 예비하신 그 나라에는 눈물 섞인 회상만 있는 만남이 아니라, 언약 안에서 풍성히 차려진 식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언약의 식탁에 마주 앉게 되는 날, 나는 목사나 선교사, 혹은 한의사라는 직함으로 앉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땅에서 부르심을 따라 묵묵히 걸어왔던 토목의 길과 의료의 자리, 그리고 신학의 여정마저도 그 식탁 앞에서는 나의 존재를 규정하는 이름이 되지 못합니다.  오직 은혜로 구속된 한 사람의 단독자로, 하나님 나라의 양자 된 신분으로 그 자리에 앉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당신을 만날 것입니다. 그것은 기억 속의 단편을 더듬어 재확인하는 재회의 순간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아시는 바로 그 모습으로 서로를 발견하게 되는, 실로 ‘온전한 첫 만남’입니다.

 
지상에서의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오해했고, 이해하려 애쓰면서도 끝내 다 알지 못한 채 각자의 해석 속에 상대를 가두어 두었습니다. 당신의 침묵을 나의 잣대로 판단했고, 나의 연약함은 당신에게 거리감을 주었습니다. 서로를 향해 미처 쏟아내지 못한 말들이 우리의 관계를 늘 부분적인 인식 속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러나 언약의 식탁에 마주 앉을 때, 우리는 서로를 기억의 파편으로 알아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시선 안에서 상대를 온전히 인지하게 될 것입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깊이 이해되고, 변명 없이도 온전히 받아들여지며, 감추지 않아도 안전한 존재 자체로 서로를 대하게 됩니다. 이 땅에서 눈물로 기억되던 장면들은 그곳에서 감사의 간증이 되어 우리의 교제 속에 흐를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다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처음으로 온전히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교제는 단순한 휴식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앉게 될 그 식탁은 안식의 종착지인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함께 누리고 섬기게 될 ‘공동사명’의 출발점입니다. 함께 예배하고, 함께 기뻐하며, 영원한 동역자로 다스리는 삶이 그 만남 이후에 펼쳐질 것입니다.

 

지금, 선교지의 깊은 밤에 먼저 간 이들을 그리워하는 나의 시선은 과거를 향한 슬픈 회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준비된 식탁을 향한 ‘언약의 소망’을 오늘로 앞당겨 사는 믿음의 시선입니다. 천국에서의 만남이 단순한 쉼이 아니라 영원한 동역의 시작임을 믿기에, 나는 오늘도 그 소망을 등불 삼아 다시 신발 끈을 묶습니다.

 

비로소 온전히 알게 될 그날의 식탁을 예비하며, 오늘도 복음을 들고 길을 나서는 이 걸음이 바로 나의 예배이자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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