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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5/05/26
건기의 땅에서 들은 고백
주재식(캐나다 거주, 세계순회의료복음선교사)

 

생물이 말라 가는 건기의 계절, 중미 니카라과의 땅에 와 있다. 비를 갈급 해 하는 이 땅처럼 사람들의 삶에서도 메마름이 느껴질 때가 있다. 먼지 섞인 바람이 낮게 불어오고, 사람들은 그저 하루를 버티듯 살아간다.

 

그날 진료소 문턱을 힘겹게 넘어 들어오는 한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팔순을 훌쩍 넘긴 연세였다. 기력이 다한 듯 보였지만 눈빛에는 무엇인가를 붙들고 있는 간절함이 남아 있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진료를 준비하며 한 가지 질문을 드린다.

“그리스도인이십니까? 예수님을 개인적인 구세주로 믿고 계십니까?”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나 자신의 고백을 담아 묻는 질문이다. 의료 선교의 현장에서 내가 놓치지 않으려는 가장 작은 시작이기도 하다.

 

할머니의 대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나는 평생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묻습니까?”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담겨 있었다. 마음이 상한 기색이 스쳤지만, 치료를 받기 위해 감정을 누르는 모습도 함께 느껴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주님, 제 손에 들린 이 침이 주님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단순한 의술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가 머무는 자리가 되게 하소서.”

 

치료는 목적이 아니라 복음을 향한 작은 통로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과 마음까지 맡기며 오직 주님의 능력만을 의지한다.

 

치료가 끝나갈 즈음이었다. 갑자기 할머니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흐느낌이었다. 오랫동안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잠시 후 할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다. “나는… 이제야 그 신실하신 주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 울음은 절망의 울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가슴 깊이 눌러 두었던 고백을 이제야 주님께 올려 드리는 듯한 울음이었다.

 

잠시 후 할머니의 얼굴은 차츰 가라앉았다. 처음의 긴장은 사라지고, 그 표정에는 한결 누그러진 평안과 겸손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서 있었다. 그 고백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리고 있었다. 문득 깨닫는다. 주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때로는 내 확신 속에 주님을 가두어 두려 했던 나의 모습을 말이다.

 

니카라과의 건기처럼 메마른 땅에서도 생명은 솟아난다.

 

오늘도 나는 기도한다. 메마른 영혼들 가운데 구원의 샘이 터져 나오기를. 주님의 부르심에 붙들려 나는 다시 이 뜨거운 열대의 땅을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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