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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5/18/26
‘척척박사’ AI와 인간의 자리

 

지난 달 한국을 잠깐 방문했을 때 내가 머물던 에어비앤비 리빙룸 테이블에는 에어컨 리모트 컨트롤이 얌전하게 놓여 있었다. 미국처럼 냉난방을 한꺼번에 올리고 내리고 하는 줄 알고 에어컨 리모콘을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따사운 바람은 나오지 않았다.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리모콘에 깨알같이 써 놓은 수많은 실행 옵션 중에는  AI Mode란 단추가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벌써 AI가 집안 에어컨 리모콘에 까지 상륙(?) 했다고? 잘못 눌렀다가는 낭패를 당할 것 같아서 그냥 만지작거리는 수준으로 끝내고 만 경험이 있다.



이처럼 AI(인공지능)가 여기저기서 겁 없이 점령군처럼 일상을 덮쳐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AI모르면 머지않아 사람취급 안 하겠다는 식으로 그 변화 추세는 가히 상상을 불허한다.  이런 세태의 반영인 듯 AI문맹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가르쳐 줄 테니 여기 모이라고 손짓 하는 데가 한두가운데가 아니다.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디지털 시대로 접어 들 때도 세상 어느 한쪽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 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있긴 있었다. 그냥 아날로그 시대는 조용히 저물었을 뿐이고 디지털 시대는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을 뿐이다. 시대적 변화가 찾아오면 그런대로 적응하여 살면 된다. 그렇다고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도 태엽을 돌려 밥을 주는 아날로그식 시계를 차고 다닌다고 누가 페날티를 물리지는 않는다. 내 방식대로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시대적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반AI주의자는 아니다. 아는 만큼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편리함을 사기위해 들여야 할 ‘권리금’이 너무 비싸고 어려워서 우리 같은 시니어들은 그냥 그런 시대가 왔나 보다 하고 사는 것이다.  보는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AI를 배우겠다고 노트북 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양새도 내 눈엔 좀 과해 보인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민초들이 AI를 이대로는 그냥 놔 둘 수 없다고 들고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법원에는 AI 대화형 정보제공 사이트인 챗GPT가 잘못된 약물 정보를 제공해 19세 청년이 사망했다는 주장을 담은 소송이 제기됐다. 청년의 부모는 아들이 메스꺼움 증상을 호소하며 챗GPT에 완화 방법을 물었고, AI가 항불안제 자낙스(Xanax) 복용을 조언해 결국 과다복용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오픈AI는 “가슴 아픈 사건”이라고 유감을 표하면서도, “당시 대화는 현재는 제공되지 않는 이전 버전에서 이뤄졌으며, 이후 안전장치를 계속 강화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AI를 둘러싼 이런 반발이 특정 엘리트 집단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생활 현장에서 ‘풀뿌리 운동’처럼 자라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는 AI를 인간에게 주어진 양날의 검으로 평가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복음 전파와 선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 훼손과 신앙적 본질을 위협하는 위험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인간 영혼을 다루는 기독교의 특성상 우려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즉 목사님이 AI를 열어놓고 설교문을 베끼거나 장로님들이 주일 아침 대표 기도문을 작성할 때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성령의 감화와 개인의 진정성 있는 영적 체험이 결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AI 기술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그 기술을 어떻게 분별력 있게 사용하고 윤리적 기준을 세워서 통제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척척박사’ AI 덕분에 놀랍도록 편리한 세상이 열렸지만, 온라인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하거나 나도 모르게 은행 계좌에서 돈을 훔쳐가는 사이버 도둑들을 떠올리면, AI고 뭐고 그냥 재래식으로 안전하게 살고 싶은 것이 AI 문외한들의 솔직한 바람일수도 있다.

 

결국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더 빨리 익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이 기술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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