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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5/30/26
그날 밤, 우리는 말을 멈추었다
주재식(의료복음선교사)

 

무덥고 습기가 가득한 밤이었다.

열대의 열기는 해가 저물고도 쉽게 식지 않았다. 진료로 분주했던 하루를 마친 뒤, 나는 현지인 동역자들과 함께 숙소에 둘러앉아 늦은 저녁을 나누고 있었다.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대화는 자연스럽게 ‘구원’이라는 단어에 머물렀다.

 

짧은 단어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동역자들은 오랫동안 그 단어를 가까이 두고 살아왔지만, 정작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려 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껴왔다고 했다. 익숙하게 사용해 온 말인데도 생명의 깊이를 담아 내기에는 늘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더 흐려질 때도 있었고, 듣는 이들의 눈빛 속에서 혼란을 읽을 때도 있었다.

 

그날 밤의 대화는 단순한 토론이 아니었다. 복음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한동안 조용히 듣고 있다가, 모두의 시선이 내게 머물렀을 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종종 확실하지 않은 것을 확실한 것처럼 말하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하지만 구원은 논리로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 나를 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 대가를 대신 갚으신 분을 바라볼 때 시작되는 것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한 현지인 동역자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머리로만 이해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국 구원은 마음으로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었네요.”



그날 밤, 우리는 더 많은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설명이 멈춘 자리에서 오히려 마음은 열리고 있었다. 동역자들의 얼굴에는 이전과 다른 평안이 스며들었고, 구원이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삶 속에 스며드는 실제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깨달았다. 사역은 단지 기술이나 치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흔들리며, 함께 은혜를 깨닫는 자리에서 비로소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같은 길을 걷는다. 같은 진료를 하고, 같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주님의 은혜는 어제와는 또 다른 빛으로 내 마음에 스며든다.

 

그리고 때로는, 말이 끝난 자리에서야 비로소 진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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