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재식(선교사, 한의사, 대한예장 개혁총연 캐나다노회 파송)
무더운 한여름, 과테말라의 한 도시.
여섯 나라에서 모인 성도들이 함께 복음 성회를 열었다.
나는 그 현장에서 간이 진료소를 세우고,
주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은 성회의 첫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많은 역사 중
첫 번째의 역사를 나누고자 한다.
그날 한 할아버지가 목발에 의지해
천천히, 그러나 간절한 마음으로 진료소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고통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지만,
그 안에는 주님께 대한 작은 기대와 소망이 있었다.
나는 조용히 기도하며 그의 몸과 마음을 살폈다.
육신의 연약함 뒤에 숨은 영혼의 갈급함이 느껴졌다.
침술로 시술을 시작하며 마음속으로 기도 드렸다.
“주님, 제 손끝을 통해 주의 사랑이 흘러가게 하소서.
이 육신의 회복을 넘어, 그의 영혼이 주를 만나는 은혜가 있게 하소서.”
시술이 끝날 무렵, 할아버지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던 다리가 조금씩 유연해지고, 얼굴에는 빛이 돌았다.
그는 놀란 듯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다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조용히 권했다.
“이제, 한번 걸어 보시겠습니까?”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믿음의 한 걸음을 내디뎠다.
순간, 주변의 공기가 멈춘 듯 했다.
그는 이내 목발을 번쩍 들어 올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점 더 힘차게 본당을 향해 걸어갔다.
순식간에 주변은 놀라움과 찬양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가 본당 문을 지나 강단 위로 올라섰을 때,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할렐루야!”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강단 위를 걸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살아 계신 하나님을, 나는 이렇게 만나고 있습니다!”
그의 발걸음이 강단을 가로지르며 복음을 선포하는 한 편의 설교가 되었다.
그의 손에 높이 들린 목발은 이제 기적의 증거요,
그의 눈물은 감사의 기도로 변해 있었다.
그날의 사건은 단순한 육신의 치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성회를 여시며 친히 보이신 첫 번째 역사,
복음의 능력이 눈앞에서 드러난 은혜의 시작이었다.
나는 그 현장 한가운데서 다시금 고백했다.
“하나님은 지금도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믿는 자들에게 복음의 능력을 친히 보이시며,
의심을 확신으로, 절망을 찬송으로 바꾸시는 살아 계신 주님이시다.
그날 이후 내 마음에는 한 가지 확신이 새겨졌다.
선교의 여정은 사람이 무엇을 이루는 길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드러내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그분의 이름이 높임을 받는 놀라운 시작을 보았다.
그때의 감격은 지금도 내 사역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내가 가는 모든 선교의 걸음마다,
그날 강단을 걷던 그 할아버지의 발걸음이 내 마음속에서 다시 울린다.
나는 지금도 그와 같은 믿음의 걸음을 걷고 있다.
그 걸음마다 주의 은혜가 새로워지고,
하나님 손이 친히 일하심을 증거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