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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7/22/26
목마름
이승은(원로목사)


찬 겨울 바람과 따뜻한 봄 바람은 어느 덧 수평선 저 멀리 날아가고 성큼 다가온 무더위와 함께 싱그런 여름바람이 한결 그리워지는 여름 휴가철이다.


감리교 원목회 월례회에서는 7월 수양회로 Desert Hot Springs에서 예배와 친교, 쉼을  통한 즐겁고 은혜로운 시간을 갖게 되었음을 감사한다. 은퇴 전 그 지역에서 목회했던 나로서는 더 큰 감회와 감사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곳은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도시로 그 이름처럼 ‘사막 온천’ 지역이다. 천연 미네랄  온천수로 잘 알려진 휴양 도시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그 도시의 외부모습 일 뿐 그 당시 내부 모습은 범죄율이 높았고 출소자들이 밀집해 있으므로 마약거래가 활발한 지역이기도 했다.  


나는 연감 칼팩 연회에서 안수 받고 은퇴 할 때까지 줄곧 타 인종 목회를 해왔는데 그 당시 감리사로부터 데저트 핫 스프링스 지역 대한 소개를 별로 못 받고 그 지역의 작은 미 연합 감리교회로 파송 받게 되었다.


첫 부임 후 며칠이 지나 LA Times에 이 지역에 대한 기사가 크게 보도되어 충격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많은 수의 갱 멤버들이 FBI와 여러 기관에서 나온 장갑차와 검은 호크 헬리콥터로 범죄자들 135명을 체포했다는 대서 특필 기사였다.


언뜻 스크린처럼 스쳐갔던 교회 사택과 그 주위 환경들… 사택의 위치도 주민들의 거주가 뜸한 한적한 지역으로 사택 바로 뒤엔 황량한 불모지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던 사택 차고엔 홈레스들이 사용했던 물품들이 흩어져 있었고 몇일 전 근방에서 세사람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목회협력 위원회와의 첫 회의가 열렸을 때 대낮인데도 교회와 사무실 문을 꼭 잠가야 했고 파킹랏을 나갈 때는 ‘절대 주의’하라는 경고의 말을 듣고는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는지 모른다.  활짝 열려 있어야 할 교회문을 꽁꽁 닫으라고 하니 그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 지역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파송은 받았으나 사택 입주는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어 한동안 윗동네 팜 스프링스의  작은 아파트에서 교회 통근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교회로 이어지는 도로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사막지대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오래전 심한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목마름과 혀의 건조증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온 마음을 다해  목청껏 불렸던 “너 걱정 근심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라는 찬송은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샘솟는 기쁨”이 되어 새 목회생활에 직면한 나에게 믿음의 확신과 소망을 더 해주는 간절한 곡조있는 기도의 시간이었다.


나는 그 지역에서 노인들의 외부활동이 크게 제한되어 있고 청소년 들은 자칫 마약에 빠져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어 우리 교회는 ‘Harmony of Young and Old’라는 음악 전도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시행키로 했다. 

 
지역적 위험을 무릅쓰고 교회 근처 가가호호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쇠창살로 무장한 문을 노크할 땐 약간의 겁도 났지만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교회로 초대할 수 있는 전도활동도 되는 일거양득에 힘이 나고 신이 났다.  그 후 한 두사람의 교회 방문에 힘입어 음악 전도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활성화시키고자 근방의 국민학교와 중학교의 교장, 음악선생님들을 만나며 학생들을 많이 보내 달라 부탁했다.


또한 이웃 부자동네 팜 스프링스 노인회를 방문하여 은퇴한 전문 음악인들에게 우리 교회 프로그램과 학생들을 위한 Free Music Lesson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뜨거운 태양아래 오고 가는 길이 불편 해서였는지 대부분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데 돌연 “I am thirsty!”라 외치며 한 할아버지가 목마른 소리로 크게 응답했는데 아! 나는 바로 그때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 게로 와서 마시라" (요 7:37)는 성경구절이 강하게 내 가슴에 부딪쳤다.


그렇다. 어떤 환경이나 상황, 처소, 빈부, 남녀노소 모든 갈급한 목 마른 자들에게 영원한 생수로 채워 주심은 정녕 하나님의 크신 은혜요 축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막 인생길 살아가며 계속되는 인간의 갈증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영생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요 4:13-14)의 선물로 하나님의 모든 자녀들에게  부어 주신 참으로 귀한 특권의 선물이다.  그것은 세상의 온갖 헛된 것으로 아무리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일시적이 아닌, 영혼의 잔에 주님의 풍성한 은혜의 잔으로 채울 수 있는 세상 끝나는 날까지 주어진 목마르지 않는 생명수이다.


사막처럼 막막했던 초창기 목회생활이 조금씩 평정을 향해 갈 무렵 나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LA 근방 친정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 팜 스프링스 진입로 고속도로 양옆으로 거대한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를 보며 승리와 감사의 깃발인 양  “주 너를 지키리!”란 확신과 기쁨을 갖고 소리 높여  찬양하며 사택에 도착했다.


그런데 앞문을 열자마자 웬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침입하여 부엌을 사정없이 부수고 방 구석구석까지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큰 충격에 휩싸여 ''당신은 누구며 어디로?’ 울부짖듯 외쳐봐도 사막의 정적과 침묵 뿐이었다.


사막에선 길을 물어보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이정표 없는 인생 사막에서 질문하면 할수록 답은 휘날리는 모래 바람 뿐이다.


그러나 길이요 진리요 생명 되시는 주님(요 14:6)의 길만이 이 세상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또렷하게 갈 길을 인도해 주신다.


혼돈의 모래바람 가운데 육체적, 정신적, 세상적 우물에서 일시적이고 헛된 물을 애써 끓어 올릴 필요가 어디 있는가. 이 세상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우리의 영원한 영적 갈증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솟아나는 주님의 영원한 생수로만 채울 수 있으니 주 믿는 모든 자들은 참으로 행복한 존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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