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호 민병열 (원로목사)
인생의 긴 여정을 걸어오며 문득 뒤를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길을 지나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꽃 길도 있었고, 가시밭길도 있었습니다. 웃음으로 가득했던 날도 있었고,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오늘에 와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긍휼히 여기심과 한없이 베풀어 주시는 자비의 하나님께서 함께하신 모든 날이요 은혜였다는 사실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행복이 성공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 많은 것을 소유하며,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80 중반의 인생의 황혼에 서 보니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하루를 맞이할 수 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안부를 들을 수 있는 것, 조용히 성경을 펼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 있는 것, 이것이야 말로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행복은 감사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감사는 가진 것이 많아서 드리는 고백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영혼이 드리는 찬양입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습니다. 그는 환경을 뛰어넘어 하나님의 섭리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눈물 속에서도 감사하고, 상실 가운데서도 소망을 노래하며, 연약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신뢰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감사할 이유보다 불평할 이유가 더 많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은 불평의 이유를 찾기보다 감사의 이유를 먼저 찾습니다. 감사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보다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의 눈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에는 원망이 머물지 못하고, 감사하는 입술에서는 찬송이 흘러 나오며, 감사하는 삶에는 평안이 깃듭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사상가입니다. 그는 ‘행복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감사히 여기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보람이 있을 때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보람은 많이 가진 사람의 특권이 아니라, 많이 사랑한 사람의 열매입니다. 누군가의 손을 붙잡아 준 일, 절망하는 이에게 소망을 심어 준 일, 교회를 위해 눈물로 기도한 시간, 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한 세월, 복음을 전하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상은 그것을 잊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한 방울의 눈물까지도 기억하십니다.
돌이켜 보면 목회의 길도 그러했습니다. 때로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한 영혼이 주님께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모든 수고가 기쁨으로 변했습니다. 성도들의 눈물 속에서 함께 울고, 그들의 기쁨 속에서 함께 웃었던 시간들은 세상의 어떤 명예 와도 바꿀 수 없는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목회는 직업이 아니라 부르심이었고, 사명이었으며,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제게 허락하신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삶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오늘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하루, 누군가를 축복하며 살아가는 하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살아가는 하루라면. 그 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장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은 많은 업적이 아니라 감사의 고백입니다.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감사한 사람이며, 마지막까지 평안을 누리는 사람은 많이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만족함을 배운 사람입니다.
시편 기자는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편 136:1)라고 노래했습니다. 또한 사도 바울은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라”(데살로니가전서 5:18)고 권면합니다. 감사는 선택이 아니라 믿음이며, 행복은 우연이 아니라 곧 감사의 열매입니다.
오늘도 작은 것에 감사하십시오. 만나는 사람을 축복하십시오. 남은 생애가 길지 않을지라도. 은혜는 끝이 없습니다. “감사함을 느끼면서 표현하지 않는 것은, 선물을 포장만 해두고 주지 않는 것과 같다”( 윌리암 워드,미국이 유명한 심리학자)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마지막 계절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계절로 바꾸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피어나고, 감사는 보람 있는 삶을 낳으며, 보람 있는 삶은 마침내 하나님께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예배가 됩니다.
“감사는 인생의 황혼을 가장 찬란한 노을로 물들이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 노을을 바라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 그가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