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눅 6:38).
집안이 가난하여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남의 집에서의 식모살이와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공장에서 일하다 시집을 간 둘째 누나는 아들 둘을 낳았다. 다행히 아들 둘이 착하고 성실하게 자라, 큰 아들은 서울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고, 작은 아들도 서울에 번듯한 직장에 자라 살만 해 지니, 누님은 췌장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돈이 없어 학교 다닐 때 기가 죽어 지냈다. 계란 배달일을 하다가 우유대리점을 하던 자형과 둘째 누님 덕분에 가끔 차비나 용돈을 받아 쓸 수 있었다.
집이 없던 어머니는 큰 형님집에 얹혀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대전에서 대학을 다닐 때 방학이 되면, 마음 편히 있을 곳은 둘째 누님 댁 밖에 없었다.
누님 댁에서 자고, 밥도 얻어먹으며, 차비나 용돈을 받으며, 대학시절을 보낸 은혜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나는 중학생이던 조카의 귀에다 대고, “너는 커서 정신과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란 희망의 씨앗을 떨구어 주었는데, 세월이 지난 후 내 조카는 정말 정신과 전문의가 되어 한양대 의대 정신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누님이 내게 차비와 용돈을 주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나는 조카에게 희망과 포부의 덕담을 해 준 것이 씨가 되었고, 조카가 열심히 공부하여 열매를 맺은 것 같다.
내가 미국인 교회의 목사로 자리를 잡은 후, 한국에 휴가를 나갈 때면, 누님은 나를 데리고 마산어시장 횟집에 가서, “우리 동생이 미국에서 나왔는데, 집에 가서 먹도록, 여러가지 섞어서 오만원어치만 장만해 주이소”라고 하면, 횟집 아주머니는 우리 보는 앞에서 생선회를 만들어 봉다리에 넣어 주었다.
누님이 마산에서 서울 아산 병원을 오가며,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더 이상 효력이 없어 위독하게 되었을 때 자형이 전화를 걸어 누님을 바꾸어 주었다. 누님은 “동생, 내가 얼마 못 살 것 같으니, 한번 다녀 가면 안되겠나? 비행기 값이 비싸지만, 돈은 없다가도 있게 되나, 사람은 한번 가면 못 온다 아이가?”라고 했다.
나는 급히 비행기표를 사서 누님이 있는 경남 도립병원의 호스피스 병실에 찾아가 죽음을 목전에 둔 누님의 모습을 보고 작별인사를 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조카로 부터 누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받았다.
우리 누님은 식성이 좋아 음식을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 우리 어머니가 누님에게, “너는 쉴 틈도 없이 먹어대나?”하며 타박을 해도, “맛있는 걸 어떡해”하며 계속 먹어 댔다. 지금 생각해 보니, 과식은 췌장에 부담을 주어 병을 일으킨 게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최근에 미국 FDA (식품의료 안전청)에서 췌장암 치료 효과를 60%정도 올리는 획기적인 치료약이 승인되어 판매가 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약값이 한달에 사만불 (오천만원)이라고 하니, 너무 비싸서 보통 사람들은 사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췌장암이 없는 사람들은 췌장암에 안걸려 감사하고, 또 한달에 사만불을 안 써도 되니,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나는 부업으로 내 차로 Uber 택시 운전을 일년정도 해 본 적이 있다. 하루는 흑인 청년 손님이 나에게 “플라즈마 센타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내가 그게 뭐하는 곳이냐고 물었더니, “피를 뽑아 낸 후 플라즈마 (혈장액)를 분리한 후, 피는 다시 몸속에 집어 넣어 주는데, 플라즈마를 기증할 때 마다 약간의 사례금 (50불 정도)을 준다”고 했다.
나도 경험삼아 한번 해 보기로 했다. 침대에서 한시간 정도 누워 있으면, 팔에서 피를 뽑아 기계로 플라즈마 (혈장액)을 분리한 후, 다시 피를 몸으로 보내어 주는데, 나는 침대에서 누워 있는 것이 마치 하와이 해변가의 비치 파라솔 밑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플라즈마 센터 직원에게 플라즈마 기증을 몇 년 씩 하는 사람이 있느냐 물었더니 “어떤 사람은 30년에 걸쳐 이천번 넘게 한 사람도 있다”는 말도 들어 보았다.
내가 기증하는 피의 혈장액이 약으로 만들어져 이름 모를 혈우병 환자의 몸에 녹아 들어가 생명을 연장시켜 주고자 하는 고상한 목적을 가지고 기증하는 것은 아니고, 갈 때 마다 공짜로 혈압도 재어 주고, 혈액검사도 해 주고 한 시간 쉬었다 오는데 용돈도 주니, 그 재미에 빠져 보통 일주일에 두번씩 일년 넘게 가다가 보니, 이제 100번이 넘어 103번을 하게 되었다.
예수님이,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 . . ”라고 하셨듯이, 뭔가 귀한 것을 주다 보면, 우리에게 귀한 것이 주어지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