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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11/01/17
월드시리즈 관전평

인생은 곧 야구와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구? 어디 비길 데가 없어서 우리들의 근사한 인생을 그깐 야구에 비교하다니! 그렇게 토라진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2017년 월드시리즈를 보고 있자면 쉽게 그 말에 동의하게 된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란 유명한 말을 남긴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란 선수가 있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월드시리즈 LA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와의 7전 4선승제 게임을 보면 그 말도 맞는 말이다. 이기는가 싶으면 따라 잡고, 따라 잡았나 싶으면 다시 역전으로 패하고 지난 6차전 가운데 2회와 5회전은 연장전까지 갔다. 5회전은 장장 5시간 이상까지 연장전이 펼쳐졌으니 정말 ‘혈투’를 벌인 셈이다. 우리 신문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시간에는 이미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누구인지가 판가름 났을 것이다.

사이영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지구촌 최고의 투수’라고 칭송을 받는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도 5차전에서 4이닝 동안 4실점으로 무너졌다.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켄리 잔슨이 2차전 때 블로우 세이브 할 줄 누가 예견이나 했겠는가? 그가 9회 말 동점홈런을 허용한 것이다. 그 바람에 2차전은 애스트로에게 승리를 안겨주어야 했다.

철벽불펜이라고 소문난 다저스의 불펜 투수들이 정규시즌엔 그렇게 잘 던지더만 월드 시리즈에 와서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실점 행진으로 철벽이란 말이 부끄럽게 되고 말았다. 물론 월드 시리즈란 금년 최고의 야구팀을 뽑아내는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과 내셔날 리그 챔피언과의 메이저리그 결승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누적되었을 그 피로감을 감안해야 하겠으나 그래도 실망은 실망이었다.

그나마 정규시즌에 좀 쳐지는가 싶던 키케 허난데스나 작 피터슨이 예측불허 시원한 홈런을 때려내고 루키 홈런왕 코디 벨리저까지 통쾌한 타격으로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는 바람에 역시나! 후련한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프로농구의 삼점 슛이 홈런이라면 골프에서의 홈런은 버디샷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보는 이도 통쾌하고 플레이어도 통쾌한 일이다.

타자들이 아무리 공을 시원하게 담장을 넘겨도 야구는 그래도 투수전이다. 투수가 게임의 70%는 좌우 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3차전 1이닝에서 일본계 투수 다르빗슈는 대량실점을 하고 내려왔다. 그런데 좀 미덥지 않다 싶던 알렉스 우드는 4차전에서 6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하며 다저스 투수 중에서 이번 월드시리즈 최고의 기량을 선 보였다.

1회에 강판되는 다르빗슈도 있고 6회까지 가는 알렉스 우드도 있다. 아니 정규시즌엔 안타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는 기막힌 투수들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소문난 에이스 투수라고 해서 언제나 잘 던지는 게 아니고 좀 못던진다 걱정되던 투수도 어느 날은 상상을 초월하는 빛나는 피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운동경기란 기계가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잘 나간다 싶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조기강판이란 수모를 당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예컨대 우리나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자. 한창 90마일 이상의 직구를 뿌려 타자들을 줄줄이 스트라익으로 돌려 세워야 할 시기에 조기 강판되어 정치의 마운드에서 쓸쓸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 정치나 명예 마운드 말고 우리 인생이란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떻게 벼락 강판을 당할지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지난주일 교회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80세 중반의 여자 장로님이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I am ready, 나 하나님께 돌아 갈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능하시면 조용히 잠자는 밤에 데려가시면 더 좋고요. 난 지금 이렇게 기도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장로님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가 정말 평화롭게 느껴졌다. 거의 실명상태인 장로님은 눈이 안보여 교회당에 올 때는 교인들의 차를 얻어 타고 오고 거울 앞에서는 눈을 감고 대충 화장품을 찍어 바른다고 하셨다. 대충 찍어 바른 화장품보다 하나님께 온전히 항복하고 모든 것을 위탁한 자가 누리는 영적인 유유자적이 더 향기롭게 느껴졌다. 나도 저렇게 태연하고 여유만만하게 인생의 황혼을 맞이해야 하는데 . . . 모든 것을 그분께 맡겨드리지 못하고 남몰래 틀어쥐고 있는 수상한 욕심 때문에 눈감고 화장하는 저 자유함을 나는 아직도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더 건강하시라고 손을 잡아 드렸다.

‘걸레스님’이란 별명을 가졌던 중광 스님 묘비에는 ‘에이 괜히 왔다 간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시인 천상병의 묘비에는 그의 ‘귀천’이란 시 한 구절이 새겨 있다고 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인생도 야구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것은 맞지만 끝나고 가야할 곳이 약속되어 있다면 조기강판이면 어떻고 노런, 노히트면 또 어떤가? 9회 말이 되면 스트라익 몇 개를 잡았던 볼넷 몇 개를 골라냈던 서둘러 마운드를 내려와야 하는 투수처럼 우리들도 그렇게 내려와야 할 처지인데 . . . “아엠 레디, 하나님” 그 장로님의 말씀이 자꾸 메아리처럼 가슴에 울려오고 있다.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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