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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1/03/18
새해… 한가지에 열중하자

지난 크리스마스를 거치면서 우리 집엔 새 식구가 생겼다. 밥상머리에 함께 둘러앉는 식구가 아니라 어항속의 이끼를 먹는 물고기, 그러니까 앨지 이터(Algae Eater)가 입양되었다. 사실은 입양이 아니라 펫샵에서 사들인 것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러 우리 집에 온 딸아이 친구들이 어항에 앨지이터가 필요한 것 같다고 하니까 딸아이가 부랴부랴 사들인 것이다. 10 갤론 짜리 어항에 약간 이끼가 끼는 것 같아 걱정하던 참이었다. 어항 속엔 달마시언 몰리란 까만색 물고기 10여 마리가 크고 있다.

앨지이터는 어항 속에 끼는 파란색 이끼를 먹는 게 전문이다. 신기해서 물끄러미 그 놈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작 물고기들은 유유자적인데 앨지이터는 무언가를 먹어치우기 위해 정신없이 열중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게 이끼인 모양이다.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그 어항속의 물고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한 가지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양한 소통의 도구를 활용하면서 옛날보다 훨씬 편리한 세상을 살아간다. 예를 들면 카톡으로 주고받는 성탄절이나 새해 인사를 생각해 보자. 무슨 만년필은 고사하고 볼펜을 손에 잡고 카드를 쓰던 시대도 이젠 아련한 옛 추억의 장면으로 사라지고 있는 판국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걸 어찌도 그리 잘 만드는지 적당한 동영상을 곁들여 만든 기막힌 성탄절카드가 카톡으로 전달되면 나는 그것을 카피해서 수십 명의 지인들에게 다시 날려 보낸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상황 끝이다. 얼마나 멋진 재활용인가?

그러나 일부에선 그런 영혼 없는 카드나 명절 인사는 오히려 받고도 기분 나쁘다는 등 역풍이 불어오고 있는 중이다. 마음을 주고받는 진실과 정성이 완전 재활용 상품에 도둑맞고 있다는 걱정이다.

카톡 뿐인가? 페이스북에 일일이 답장을 날리기 위해 하루가 정신없이 바쁜 현대인, 무슨 사진거리가 생겼다하면 찍어대느라고 혼비백산이 되어가는 인스타그램 사용자, 통성명도 없는 익명의 대중들을 상대로 할 말이 그리도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 자기가 올린 무엇인가에 ‘좋아요’란 반응에 정신줄 놓고 빨려드는 젊은층, 수천, 수만개의 조회수를 얻기 위해 유튜브에 밤낮없이 매달려 업로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 저 사람들이 도대체 가족이나 친구하고 대화하고 사귈 시간이 어디 있을까? 소셜네트웍이란 족쇄를 차고 있으니 젊은이들은 연애다운 연애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결혼하라고 성화를 부리는 부모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바쁜 현대인들이 과연 하나님과 편하게 대화하고 사귈 시간은 또 어디 있을까? 바야흐로 멀티태스크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결국 쓸데없이 바쁘기만 한 셈이다. 바쁘긴 해도 마음으로 주고받는 게 없으니 멀티태스크 가운데 여전히 쓸쓸한 우리 시대의 고독은 어찌하란 말인가?

예수님이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집을 방문했을 때 예수님을 VIP로 대접하겠다고 분주하기 짝이 없던 마르다를 향하여 주님은 폭탄발언을 하셨다. 우리 입장에선 마르다야 말로 칭찬받아 마땅한 최측근이자 수제자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 입장은 우리와 달라도 하늘과 땅처럼 180도 달랐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마르다는 토사구팽을 당한 셈이고 마리아는 놀고먹었지만 예수님과 함께 있는 일을 선택하여 땡 잡은 것이다.

몇 가지만 하던지 한가지만이라도 족하다는 예수님 말씀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 집 어항의 앨지이터처럼 한가지만 잘하면 된다. 한 가지에 열중하는 것이다. 카톡을 하면서 페이스북도 하고 인스타그램도 하고 트위터도 하고 그런 멀티태스크에 중독이 되면 바쁘긴 하지만 건지는게 없는 공허한 인생이 된다. 주님 말씀대로 좋은 편을 택하여 한가지에 열중하면 되는 것이다.

새해가 밝아왔다. 새해가 되면 새해 결심이 난무하기 일쑤다. 한달이 지나면 말짱 도루묵인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결심, 유치찬란한 뉴이어스 레졸루션 따위는 필요 없다. 잘못하다간 게도 놓치고 구럭도 놓친다. 우리 집 앨지이터처럼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 그게 무엇일까? 나는 감사라고 생각한다.

한해를 살다보면 예기치 않게 실패와 절망, 미움과 원망이 이끼처럼 우리 마음을 점령해 올지 모른다. 그러나 감사에 열중하다보면 그런 이끼들은 앨지이터에게 먹히고 만다. 감사는 모든 걸 단방에 해결하는 감초다.

카톡으로 지난 성탄절 때 내게 전달된 누군가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Dear past, Thank you for your lessons. Dear future, I''am ready. Dear God, Thank you for another chance.

감사로 새해를 열고 감사로 새해를 살아내자.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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