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인 목사(왼쪽)이 라오스 크모족 마을 호이튼교회에 선교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서신1]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들께, 라오스로 선교 비전 트립을 떠나며 주님의 평안을 전합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자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는 오랫동안 복음의 씨앗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땅이었습니다.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가 2005년 첫 선교사를 파송하며 시작된 선교 사역은, 정부의 제재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작년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와 함께 교단 선교부의 핵심 선교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다시금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 연회에서 목회하시던 김두식, 이소라 선교사님이 파송된 현지의 직업과 언어교육 센터는 단순히 세속적인 교육 기관이 아니라, 복음이 전해지는 거점이 되고 있습니다. 초대교회가 유대인들의 회당에서 출발했듯, 라오스의 작은 가정 교회들이 점차 센터를 중심으로 세워지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바울이 로마 제국 곳곳을 누비며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행 28:31) 했던 것처럼, 라오스를 위해 헌신하는 여러 선교사님들 앞에 놓인 어떤 장벽도 복음의 능력을 가로막을 길이 없어 보입니다.

소박하지만 정결하고 정성이 깃든 음식을 앞에 놓고 감사기도를 드렸다
선교 비전팀은 이번 여정에서 여러 가정 교회와 사역지를 방문하여 같이 예배 드리고, 그들의 사역을 배우며, 우리가 그들을 도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복음의 불씨를 보며,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행하고 계시는지를 함께 목도할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이 모든 여정에 여러분의 기도가 절실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선교지의 형제자매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이를 통해 선교팀이 주님의 인도하심 속에, 분별하는 지혜로 선교 사역을 위한 비전을 함께 꿈꾸며 성령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도록 은혜를 체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고하며 흔들리지 말며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을 앎이라”(고전 15:58).
그 땅에서도, 이곳에서도, 우리는 한 성령 안에서 하나 된 주님의 몸입니다. 함께 기도하며 주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도록 이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희년을 맞이한 우리 교회가 그 은혜의 혜를 선포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우리 가운데 그리고 모든 열방 가운데 세워가는 그리스도의 신실한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여러분과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자매가 된 라오스의 성도들에게 하늘의 평안과 은혜가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메콩강을 건너 한시간쯤 가야 크무족 마을에 도착할수 있다
[서신 2] 메콩 강을 건넙니다.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저 멀리 산자락이 희미하게 펼쳐집니다. 강을 지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립니다. 먼지가 일고, 차는 덜컹거리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낯설고도 깊이 다가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달려 크무족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는 호이튼 교회가 있습니다. 올해로 일흔한 살이 되신 완통 목사님께서 자신의 집을 예배의 자리로 내어 놓으신 지 스무 해가 되었습니다. 열 가구 남짓한 성도들이 다락방 같은 좁은 공간에 모여 하나님을 예배합니다. 작고 허름한 곳이지만, 그 안에는 기도와 찬송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눈빛은 진지하고, 목소리는 간절합니다.

가정집에 마련된 예배당
마을은 참 열악합니다.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 올리고, 기본적인 위생을 위해 화장실을 짓는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이곳에서는 기도의 제목이 되고, 작은 변화 하나에도 감사가 넘칩니다.

열악한 환경중에도 여전히 기도하고 찬양하는 모습에서 복음의 능력을 보게 된다
하지만 환경보다 더 깊이 다가오는 것은 이 분들의 신앙입니다. 척박한 삶 속에서도 여전히 기도하고, 여전히 찬양하는 모습에서 복음의 능력을 봅니다. 저희를 위해 정성껏 차려진 식탁 앞에 앉았습니다. 정갈하게 손질한 닭고기, 소박한 음식 한 상을둘러 싸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나누며 말없이도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교회는 결국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돌아오는 길, 기차는 전기가 닿지 않는 깊은 어둠 속을 두 시간 가까이 달렸습니다. 창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호이튼 교회에서 만난 성도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환히 빛나던 미소. 복음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도, 경제도 아닌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는 사람들. 그들 안에 살아 있는 복음. 그 사랑의 흔적을 보고 돌아갑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환히 빛나던 호이튼 교회 성도들의 모습. 복음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